코로나19 여파 온라인 개최에도 관련 기업 강세
"실적과 상관없는 ASCO 수혜, 주의해야" 분석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선방한 바이오주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를 앞두고 다시 한번 들썩이고 있다. 다만 일부 기업은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투자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20%(100원) 오른 5만1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5거래일만에 9.19%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술수출과 같은 대형호재가 아닌 이상 변동성이 적은 전통제약사의 주가가 출렁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같은 기간 유한양행뿐만 아니라 엔케이맥스(15.08%), 파멥신(16.29%), 알테오젠(32.10%), 종근당(4.53%), 한미약품(7.34%), 제넥신(8.32%), 셀리드(5.50%)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처럼 바이오주가 단기간에 강세를 보인 이유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 참석하는 기업들의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ASCO는 매년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며, '항암분야 올림픽'이라 불릴 정도로 종양내과 분야 가장 권위 있는 행사다. 76개국에서 5000여개 기업이 참석, 참여 인원만 4만명을 넘길 정도로 전 세계 제약 및 의료, 과학계 최대 행사로 꼽힌다.
국내 투자업계에서 주목하는 이유는 이 행사를 통해 기술수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이미 기술수출을 한 물질이라 할지라도, 향후 임상 단계별 계약 과정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올해 ASCO는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시카고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초록들은 온라인과 'Journal of Clinical Oncology'를 통해 예정대로 공개할 방침이며 온라인 학회의 포맷, 일정, 구체적 내용 등 세부사항과 관련해서는 홈페이지에 게시할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ASCO에서 레이저티닙(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의 임상 2상 결과 공개가 예정됨에 따라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레이저티닙은 지난 2018년 11월 유한양행이 글로벌 빅파마 얀센에 약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약물이다.
엔케이맥스는 파이프라인 SNK-01의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 1상 중간결과, 메드팩토는 백토서팁+글리벡(데스모이드 종양) 임상 1b상, 한미약품은 오락솔 혈관육종 임상 2상 및 포지오티닙 비소세포폐암 Cohort1 세부 데이터, 파멥신은 올란바시맵의 키트루다 병용 재발성 교모세포종 임상 1b상, 녹십자는 GC1118과 화학요법 병용 임상 1b/2a상 중간 결과를 발표한다.
제넥신은 '하이루킨-7'과 다국적 제약사 머크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 병용 임상 1b·2상 중간 결과를 담은 초록을 공개한다. 알테오젠은 ADC유방암치료제 ALT-P7의 국내 임상 1상, 지트리비앤티는 교모세포종 치료제로 개발 중인 대사항암제(OKN-007) 임상 1b상 결과를 발표한다.
셀리드는 위암 면역치료 백신 'BVAC-B' 임상 1상과 자궁경부암 면역치료 백신 BVAC-C 임상 1상 결과, 에이비엘바이오는 ABL503 등 개발 중인 주요 파이프라인의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에스티큐브는 면역항암제 STM-418 전임상 결과, 종근당은 비소세포폐암 파이프라인 CKD702 전임상 데이터, 오스코텍은 항암제 신약물질 SKI-G-801의 AXL 저해제, 비소세포폐암 전임상 동물 데이터를 공개한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ASCO 참석 모멘텀뿐만 아니라 실적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권사 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실적이 제대로 나와야 하는 일부 제약사는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대폭 하회하는 어닝쇼크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ASCO 참석만으로 지나치게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ASCO로 인해 상승한 주가는 행사가 끝나고 거의 대부분 제자리로 돌아온다. 투자시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