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3월 주가 악재 '2연타'…유상증자·MSCI 편출 가능성
정몽규 회장 세 아들, HDC 자사주 비중 확대…회장 지분율 그대로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회사의 주가 급락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데다 내달 유상증자,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출 가능성 이슈로 주가는 더 출렁일 공산이 크다.
5일 증권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다음달 MSCI 지수에서 편출될 가능성과 유상증자 실시로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 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2 dlsgur9757@newspim.com |
우선 다음달 2일에는 MSCI 지수 반기 리밸런싱이 실시된다. MSCI 지수는 세계 최대 증시 관련 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발표하는 지수다. 전세계, 선진국, 신흥국, 주요국별로 지수가 각각 있다. 이 중 MSCI 한국지수는 캐피털그룹, 프랭클린템플턴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에 투자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지수다.
MSCI는 반기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지수 편입 비율을 조정한다. 오는 13일경에는 MSCI 한국지수의 종목 변경이 발표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에 종목 변경이 있다면 현대산업개발이 지수에서 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주가가 작년 6월 이후 줄곧 하락함에 따라 지수 내 시가총액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 HDC현대산업개발 주가 추이 [자료=구글] |
현대산업개발의 5일 오전 10시 50분 기준 주가는 2만250원으로 작년 6월 14일 기준 종가(4만6400원)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한 증권사는 MSCI지수에서 편출되는 금액 기준을 2조1700억원(컷오프)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수산정 기준일(2월 마지막 10영업일 중 결정)에 특정 종목의 시가총액이 2조1700억원의 절반인 1조900억원 미만으로 떨어지면 지수에서 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MSCI 한국지수 내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16일 기준 1조300억원으로 편출 기준보다 낮다. 현재 주가(2만250원)가 지난달 16일 종가(2만3400원)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수 내 시가총액은 이보다 더 쪼그라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산업개발이 지수에서 편출되면 글로벌 펀드의 자금유입이 없어지게 되기 때문에 향후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후 MSCI 한국지수에서 편출된 종목들은 편출 이후 10영업일 동안 주가가 평균 5% 급락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MSCI 한국지수의 종목이 변경되지 않을 확률을 70%로 보는 만큼 현대산업개발의 편출 가능성을 30% 정도로 예상한다"며 "만약 현대산업개발이 편출된다면 종목 변경이 발표되는 오는 13일 이후부터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대산업개발은 유상증자 이슈도 앞두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398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지난달 29일 공시했다. 신주 수는 보통주식 2196만9110주이며 예정 발행가는 1만8150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10% 낮다. 다음달 2일 확정 발행가액 산정을 거쳐 26일 신주가 상장될 예정이다.
통상 유상증자는 주가에 부정적 이슈다. 회사 시가총액이 동일한 상태에서 주식 수가 늘어나면 주가는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이번 증자 목적은 운영자금 조달이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필요한 자금 마련이지만 시장 전망은 밝지 않은 상태다. 적자를 기록하는 아시아나항공 실적이 현대산업개발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될 경우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산업개발 신용등급을 와치리스트(Watchlist) 하향검토에 등록했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대금을 고려하면 ▲현대산업개발의 순차입금이 큰 폭 증가하고 ▲건설업과 항공업의 시너지는 제한적인 반면 연결재무제표 관점에서 영업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주가 전망이 어두운 사이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세 아들은 HDC 자사주 비중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작년 5월 처음 HDC 주식을 매입한 뒤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다.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첫째인 정준선 씨의 지분율은 지난달 18일 0.17%(10만주)에서 같은 달 20일 0.20%(12만주)로 늘었다. 둘째인 정원선 씨는 0.15%(9만주)에서 0.18%(11만주), 셋째인 정운선 씨는 0.10%(6만2000주)에서 0.12%(7만주)로 늘었다. 정몽규 회장의 지분율은 33.68%(2012만129주)로 변동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현대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한 측면과 유상증자 추진에 공매도가 몰린 것이 주가 급락에 영향을 줬다"며 "소액 주주의 금전적 손실이 상당한 만큼 정 회장이 자사주 매입을 비롯한 주가 부양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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