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막힌 기업은행장, 중소기업 지원 막막
임기만료 공석 부행장은 겸직...업무효율 저하
윤종원 행장은 "노조와 대화하고 싶다" 의지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에 대한 노조의 본점 출근 저지가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사 갈등이 심화하면 중소기업들만 더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 행장은 21일에도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대신 금융연수원 임시 집무실로 출근했다. 지난 3일 임명된 뒤 19일째 본점 출근을 못 한 것으로, 지난 2013년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14일을 넘어 금융권 최장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16일 기업은행 본점에서 출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날 윤 행장은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에 막혀 돌아갔다. 2020.01.16 bjgchina@newspim.com |
윤 행장의 본점 출근이 기약 없이 지연되자 정기 인사가 늦어지고 내부 시스템이 약화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임상현 기업은행 전무이사와 3명의 부행장 임기가 만료되면서 기존 부행장들의 겸직 체제가 시작됐다. 또한 통상 1월 중순에 시행하는 정기인사도 늦어지고 있다.
이에 기업은행 관계자는 "인사가 미뤄지면서 지점에서도 '화이팅'을 할 분위기가 안 잡힌다. 기존 고객사 관리는 문제가 없지만,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기업방문이나 대출 제안은 쉽지 않다"며 "결국 그만큼 유동성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도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적극적으로 고객사들을 방문하고 애로사항을 반영해야 할 직원들 입장에서는 핵심성과지표(KPI)가 확정되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각 지점과 직원들은 매년 KPI에 따라 영업방향 및 대출 목표 등을 조율한다. 올해 KPI는 지난해 이미 정했지만, 윤 행장의 최종 확인은 못 받은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에 대해 "예금, 대출, 신규고객 수 등 평가기준도 어떻게 될 지 모르는데 현장에서 기업을 방문하고 신규대출을 유치하라는 지시를 어떻게 하겠나"고 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점유율은 22.59%로, 전월인 11월말(22.63%)은 물론 고점이던 6월말(22.75%)보다 떨어졌다. 경영공백이 생긴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유동성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는 모습이다.
자금조달 대부분을 은행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기업은행 노사 갈등 지속은 엄청난 부담이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 제조사의 모 대표는 "경영환경도 불투명한데, 거래은행을 통한 자금 공급에 차질이 생길 까 걱정이 앞선다"며 "노사 협의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기업은행 노조는 윤 행장의 본점 출근저지 투쟁을 이어갈 계획임을 다시 확인했다. 유장희 기업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매 3년마다 공공 국책기관에 청와대의 깜깜이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윤 행장은 노조와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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