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시내에서 좀비가 나오는 드라마, 영화를 찍기에 제격인 곳이 있다. 바로 서울지하철2호선 신설동역에 있는 '유령역'이다. 이미 오래 전 만들었지만 시민들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아 마치 유령역처럼 바뀐 곳이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매일 750만명의 시민들이 함께하는 '공기' 같은 서울 지하철 가운데 시민들에게 이색적인 휴식공간이 될 만한 곳이 공개됐다.
"합치면 정이되는 합정역" 우선 대중가요 속 서울 지하철은 유산슬의 '합정역 5번출구'가 대표적이다.
합정(合井)역 이름의 유래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일대 인근 처형터에서 망나니들이 칼춤을 추기 전 물을 뿜기 위한 우물을 만들었는데, 우물 바닥엔 한강에서 흘러들어온 조개껍데기가 많아 조개 우물이란 의미의 '합정(蛤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후 일제강점기 시절 '합(蛤)' 자가 어렵다고 해 '합(合)' 자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렀다.
시간을 거슬러 1990년 그룹 동물원이 '시청앞 지하철역에서'라는 노래에서 1·2호선 시청역을 제목으로 언급해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시청역은 과거 1974년 지하철 1호선 개통 당시 '시청앞역'이란 이름이었지만 이후 1983년 6월 '시청역'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밴드 자우림의 노래 '일탈(1997년)'에는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이란 가사가 있다. 1·2호선 환승역으로 일일 이용인원이 40만 명에 달해 혼잡하기로 유명한 신도림역을 재치 있게 표현한 가사다. 가수 왁스의 노래 '지하철을 타고(2002년 발매)'에도 '지하철을 타고 약수역 금호역 다리 건너 압구정에 내려~'라는 가사가 나오는 등 제목뿐만 아니라 가사 속에도 서울 지하철이 언급된 경우는 많다.
지하철 역명을 노래 제목이나 가사 등에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지하철 역명은 '서울 지하철 역명 제·개정 기준 및 절차'에 따라 역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서울시 지명위원회를 거쳐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역명에 대한 별도의 상표권이나 저작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없기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좀비가 나올까? 신설동 유령 승강장" 서울 지하철은 뮤직비디오·드라마 촬영지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촬영지 중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곳은 2호선 신설동역에 위치한 이른바 '유령 승강장'이다. 신설동역 유령 승강장은 과거 5호선 설계 시 운행 구간으로 계획된 공간이다. 1974년 1호선 건설 당시 미리 구조물을 지어놓았으나 이후 계획이 변경되면서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됐다.
옛 지하철 역명판과 노란색 안전선이 그대로 남아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세월의 흔적도 엿볼 수 있어 공사는 이 승강장을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의 촬영지로 재활용했다. 신설동역 유령 승강장에서 촬영된 대표적인 뮤직비디오는 ▲그룹 TWICE의 'CHEER UP(2016년)' ▲비스트의 '리본(2016년)' ▲B.A.P의 'One Shot(2013년)' ▲EXO의 'LIGHTSABER(2015년)' 등이다.
[서울=뉴스핌] 신설동역 유령승강장 모습 [사진=서울시] 2020.01.14 donglee@newspim.com |
드라마의 경우 ▲KBS '아이리스(2009년)' ▲tvN '사이코메트리 그녀석(2019년)' ▲'싸우자 귀신아(2016년)' ▲SBS '아테나: 전쟁의 여신(2010년)' 등이 있다.
이러한 '유령 공간'은 2·6호선 신당역, 5호선 영등포시장역, 7호선 신풍역과 논현역에도 존재한다. 타 노선과의 환승을 위해 미리 구조물을 건설했지만 이후 계획이 변경되면서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곳들이다. 공사는 이들 공간 중 신당역과 신풍역을 신설동역처럼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작년 한 해 지하철 내 촬영은 총 336건 있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촬영 장소는 6호선 녹사평역(21건)이었다. KBS 다큐멘터리 '용산공원, 그 미래를 묻다', 우리은행WON 홍보영상 등이 촬영됐다. 서울시가 작년 3월 녹사평역 내 공공미술과 자연의 빛, 식물이 어우러진 '공공예술정원'을 개장한 후 호평을 받으면서 많은 신청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공사는 설명했다.
이어 왕십리역(12건), 신설동역(10건)도 촬영 명소로 이름을 올렸다. 왕십리역은 작년 지하철 경찰대를 주제로 다룬 tvN 드라마 '유령을 잡아라(2019년)'의 주 무대가 됐다.
지하철 안에서 촬영을 하고 싶다면 서울교통공사 누리집 '시민 참여-시설물 촬영' 안내 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촬영 시 발생될 수 있는 지하철 이용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공사는 승인되지 않은 지하철 내 촬영은 금지한다.
이와 함께 서울 지하철은 공연을 원하는 시민들에게도 항상 열려 있다. 공사는 역사 내 마련된 예술무대에서 예술가, 일반 시민들의 음악, 춤, 퍼포먼서 공연을 선뵈고 있다. 예술무대는 2호선 선릉, 사당역, 4호선 동대문문화역사공원역, 6호선 삼각지역, 월드컵경기장역, 7호선 이수역, 노원역을 비롯해 총 7곳에 설치돼 있다.
최정균 서울교통공사 사장직무대행은 "지하철은 이제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 문화와 예술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서울 지하철은 올해도 서울시가 추진 중인 '문화예술철도' 계획과 발맞춰 시민의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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