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 여파…15억 이상 고가주택 일제히 하락
은마·개포주공·둔촌주공 등 재건축도 '줄줄이' 내림세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역대급 고강도 규제책'으로 꼽히는 12·16 부동산종합대책 발표로 서울 강남권에 급매물이 출현하고 있다. 시가 15억원 이상 고가아파트를 겨냥한 고강도 규제로 당분간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 100동 145F 19층 전용 112㎡ 아파트는 전날 매도호가가 38억원으로 하루새 2억원 떨어졌다. 아크로리버파크는 국내 최고가 아파트 중 하나로 3.3㎡(평)당 시세가 1억원 수준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2019.12.18 leehs@newspim.com |
12·16 부동산대책은 이러한 고가 아파트 소유자들의 보유세(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늘어나도록 설계됐다.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율과 과표인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이 동시에 높아지는 구조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세의 기준이 된다.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앞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다.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주택 보유자는 종합부동산세 세율도 0.1~0.3%포인트(p) 오른다. 또한 시가 15~30억원 미만 아파트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치가 75%, 30억원 이상 아파트는 현실화율 목표치가 80%로 설정됐다.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매년 5%씩 높아짐에 따라 고가주택 소유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세 부담이 무거워진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종부세나 재산세를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을 정할 때 주택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 즉 할인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80%면 공시가격이 1억원이어도 과표 계산은 8000만원만 적용한다. 정부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매년 5%씩 높여 100%를 맞출 계획이다. 올해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85%다.
이에 따라 고가아파트 소유자 및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장에 매물을 대거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110동 9층 전용 94㎡는 지난 16일 호가가 32억으로 1억5000만원 하락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131동 고층 전용 84㎡도 지난 17일 21억5000만원으로 6000만원 떨어졌다. 잠실 리센츠 255동 중층 전용 124㎡는 전날 25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 떨어졌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사업진척에 어려움을 겪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도 일제히 매도호가가 떨어지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은마아파트 22동 8층 전용 84㎡ 매물은 지난 14일 호가가 23억4000만원으로 1억1000만원 떨어졌다. 같은 날에는 은마 25동 8층 전용 84㎡ 매물이 23억3000만원으로 7000만원 하락했다. 은마 13동 8층 전용 84㎡도 23억3000만원으로 4000만원 내렸다.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개포주공1단지 15동 4층 전용 41㎡ 매물은 전날 21억5000만원으로 4000만원 하락했다. 같은 날 개포주공1단지 101동 2층 전용 41㎡은 21억5000만원으로 호가가 2000만원 내렸다.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저층1단지 103동 3층 전용 88㎡는 지난 13일 1억1000만원 떨어져 현재 호가가 18억9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개포주공과 둔촌주공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6개월간 유예됐지만 '공사비 검증'이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일정 비율 이상 공사비가 늘어난 정비사업장은 통상 2~3개월이 걸리는 공사비 검증 절차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이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 유예기한인 내년 4월 28일까지 일반분양이 어려워질 수 있다.
둔촌주공은 사업비가 10% 이상 늘어 공사비 검증을 받아야 한다. 상가조합원 등과의 갈등으로 내년 4월 분양이 빠듯한 개포주공1단지도 공사비 검증이 유력하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잠실주공 5단지 527동 5층 전용 76㎡ 매물은 전날 21억원으로 5000만원 떨어졌다. 잠실주공5단지 506동 8층 전용 82㎡도 지난 16일 24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그간 실거래 없이 호가가 올랐던 고가아파트들이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직격탄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가 없는 상태에서 호가가 실거래가보다 1억~3억원 높았던 아파트들은 호가가 다시 내려가게 될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돼 사업 진척이 늦어지고 있는 정비사업(재건축 및 재개발) 구역도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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