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청, 10일 풍납공장 수용재결 신청..."절차대로 진행"
삼표 "대체부지 없이 공장 닫으면 레미콘기사 일자리 잃어"
[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삼표산업과 송파구청의 풍납레미콘 공장 이전 협의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삼표는 협상에 계속 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송파구청은 삼표의 불통 태도에 불만을 보이고 있다. 협의가 어렵다고 판단한 송파구청은 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했다.
11일 송파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0일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에 삼표 풍납공장에 대한 수용재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수용재결은 토지·물건에 대한 적정 보상가격을 정하는 절차로 일반적으로 정비·개발 등의 사업이 진행될 때 사업시행자와 소유주 간 협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택하는 방법이다.
지난 9일 삼표 풍납공장 내부 전경 2019.09.11 [사진=민경하기자 204mkh@] |
삼표와 송파구청의 갈등은 5년이 넘었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풍납토성 복원사업 계획에 풍납공장 부지가 포함됐고, 지난 2006년 송파구청은 삼표와 협의해 공장 이전을 추진해왔다. 송파구청은 삼표 공장 부지 매입 작업을 시작해 지난 2014년까지 이전 절차를 밟고 있었지만 삼표 측이 돌연 입장을 바꾸면서 토지매입 작업이 결렬됐고 갈등이 시작됐다.
송파구청은 남은 부지의 강제수용을 신청했고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6년 이를 승인했다. 삼표가 사업인정고시 취소소송을 제기해 중단된 토지수용 절차는 지난 2월 대법원이 송파구청의 손을 들어주면서 재개된 상태다. 이후 3차례 보상협의회가 열렸고, 6번의 물권조사와 3번의 감정평가가 있었다. 협상테이블에서 배제된 레미콘 기사들의 반발로 물권조사와 감정평가는 건물 외부에서만 진행했다. 지난 7월 송파구청은 외부 평가와 드론을 이용한 내부 감정 평가를 종합해 536억원의 보상금을 책정했다.
삼표는 대체부지가 마련될 때까지는 공장 이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표 측 관계자는 "재결 신청은 예상했던 수순이었다"며 "삼표는 법과 절차를 존중해 공장 이전에 협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대체부지 없이 공장을 닫게 되면 공생관계인 레미콘 기사와 여러 내부 협력사들은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라며 "대체부지를 찾아 이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끊임없이 협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송파구청은 법과 절차에 따라 처분하겠다는 입장이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문화재 보호법상 부지 이전을 보장해줄 근거는 없다"며 "행정적으로 적극 지원하겠다 약속했지만, 공무원이 부지 인허가 여부까지 약속하는 것은 남용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11일 이후 삼표는 협상에 응하지 않았고, 우리는 절차에 따라 수용재결을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송파구청의 수용재결 신청이 접수되면 서울 토지수용위원회는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 관계인의 의견을 청취하고, 감정평가를 거쳐 보상금액을 책정하게 된다. 불복할 경우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 넘어가 다시 조사를 벌이고 최후에는 행정소송까지 가게 된다.
하지만 서울 토지수용위원회의 정확한 감정 평가 또한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6번의 물권조사와 3번의 감정평가 모두 풍납공장 레미콘 기사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들은 여전히 삼표와 송파구청 측에 일자리 보전에 대한 약속을 원하고 있다. 삼표 관계자 또한 "같은 부지에서 사업을 영위한 레미콘 기사들도 보상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레미콘 기사들의 일자리는 철저히 삼표 측에서 보장해야할 문제"라며 "아직 협의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상황이 고착화 될 경우 공권력을 동원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관련 내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강남 지역에 건설 중인 GBC(현대자동차 신사옥)나 강남 아파트 재건축 등 서울 내에 규모가 큰 물량들이 예정된 만큼, 삼표는 송파구 내로 부지 이전을 하는게 아니라면 이전을 최대한 늦추려고 할 것"이라며 "송파구청도 레미콘 기사들의 생존권 문제에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사태 해결에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4m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