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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주치의의 스포츠 이야기] 그 많던 축구 스타는 다 어디 갔을까?

  • 기사입력 : 2019년05월21일 09:14
  • 최종수정 : 2019년05월21일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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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line physician! 번역하면 ‘축구장 옆선을 따라 걷는 의사’다. 축구를 잘 모르는 이들은 진료실에 있는 의사(Office-Doctor) 와 구분되는 호칭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실제로 팀 닥터는 경기 중 선수가 쓰러지는 모습을 눈 앞에 뻔히 보면서도 심판이 허락하지 않으면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다. 연습할 때도 감독이 허락하지 않으면 함부로 운동장에 들어가지 못한다.

팀에 처음 합류해서는 급한 마음에 무작정 들어갔다가 심판이 경고하는데 화가 나서 얼굴이 벌개졌다가 행정직원의 설명을 듣고 더 벌개진 적이 있었다. 무식해서 용감했던 시절이었다.

2002 4강 월드컵 신화를 이룬 히딩크 전 한국 대표팀 감독, 이영표, 박지성, 정몽준 명예회장(사진 왼쪽부터). [사진= 대한축구협회]

2002년 월드컵 주치의로 사이드 라인(side line)을 밟고 있을 때는 당장 내 눈 앞에 있는 선수만 중요하고 그 선수들이 전부인 줄 알았다.

당시 이영표 선수가 “박사님, 저보다 잘 차는 애들 많아요” 라고 했을 때 참 겸손한 선수라고만 생각하고 말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이 다가오자, 대표팀 훈련명단이 발표되고 내 생각에 소집될 듯한 선수들이 보이지 않으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감독의 작전 구상과 맞는 선수가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가 있음도 알게 되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자 국가적으로 선수들의 저변확대가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 때부터는 대표급 선수가 한 230명쯤 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축구인에게 물었다. 그  많은 축구 천재들은 다 어디 갔느냐고.

그때까지만 해도 스포츠 현장에서 부상에 대한 인식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정신력으로 모든 게 결정되던 시절이 있었고 그게 획일적인 군사문화의 잔재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부상 투혼', '붕대 투혼'이라는 단어가 미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쓰였다. 부상을 당하고, 몸이 아파도 팀을 위해 뛰는 게 미덕으로 여겨졌다.

부상은 누적되고, 그렇게 부상이 축적되다 보면 불현듯 임계점을 넘어서게 된다. 너무 늘어나 제자리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고장난 용수철 같은 신세가 된 안타까운 선수들이 20~30년 전에는 너무도 흔했다.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지도자의 변화다. 아픈 것을 참고 뛰는 것이 결코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독들이 깨닫고 바뀌기 시작했다. 오히려 지금은 “아픈데 이를 숨기고 경기에 나서는 건 팀을 망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지도자도 많아졌다. 이는 축구 문화를 바꾼 결정적 변화다. 물론 여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지도자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변화를 보면 미래엔 이런 지도자가 발붙이기는 더 힘들어 질 것이다.

히딩크 감독의 요청으로 선발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 제1호 상임 주치의 김현철 원장.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을 동행했다. 지금은 하남 유나이티드병원을 ‘아시아 스포츠 재활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도전을 하고 있다.

의료 기술의 발전도 선수들을 불의의 부상으로부터 구해내는 데 도움이 됐다. 햄스트링과 허리 부상은 선수들에게 매우 결정적 부상이다. 과거에는 햄스트링과 허리가 다치면 뾰족히 치료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조용히 은퇴하던 선수들은 왜 자신의 경기력이 떨어지는지 이유도 모르고 스러져갔다. 그래서 파열이 되거나 큰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마사지와 주사를 맞아가며 통증만 잡고 경기에 투입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의료 기술이 좋아져 과거와 달리 그때그때 적절하고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염증이 생기거나, 인대가 손상된 몸속 깊숙이 침투해 치료하는 체외충격파도 그 중 하나다.

25일 포르투갈과 첫 경기를 펼치는 U-20 FIFA 월드컵 대표팀. [사진= 대한축구협회]

손흥민(27·토트넘)의 뒤를 이어 황희찬(함부르크), 백승호(22 지로나) 이승우(21베로나), 정우영(20 바이에른 뮌헨), 이강인(18 발렌시아) 세계 최고 수준에서도 통할 수 있는 한국 선수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요즘 선수는 과거와 달리 투혼이 부족하다’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다르다. 더 현명해진 지도자와 의료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젊은 선수들은 과거보다 더 강하고 건강하게 커나가고 있다.

그 젊은 호랑이들이 출전하는 U-20 FIFA 월드컵이 폴란드에서 개막한다. 한국은 25일 포르투갈과 첫 경기를 펼친다. 같은 조엔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도 포진하고 있다. 그들은 더이상 상대팀의 이름만으로 기죽지 않는다. 이강인, 엄원상, 오세훈, 전세진, 조영욱, 고재현, 김세윤, 김정민… 더 강하고, 더 스마트해진 젊은 호랑이들의 멋진 경기가 벌써 기대된다.  

 

 

히딩크 감독의 요청으로 선발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 제1호 상임 주치의 김현철 원장.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을 동행했다. 지금은 하남 유나이티드병원을 ‘아시아 스포츠 재활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도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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