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정치 국회·정당

속보

더보기

[인터뷰] 황광우 “유시민‧심재철도 국가 폭력 희생자…이젠 트라우마 떨쳐야”

기사입력 : 2019년05월20일 07:03

최종수정 : 2019년05월20일 07:03

‘유시민 진술서’ 이름 오른 서울대 총학 사회부장 황광우
“유시민에 섭섭함 없어…서울역 회군, 심재철 책임 아냐”
“‘함께 죽었어야’ 자학 대신 이제부터 건강한 삶 살아야”

[광주=뉴스핌] 김현우 김규희 기자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사이에 벌어진 ‘서울의 봄’ 공방도 결국 국가 폭력의 트라우마다. 서울역 광장에 있었던 10만명 모두가 이젠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1980년 5월 서울역 회군 현장에 있던 황광우(61) 사단법인 인문연구원 동고송(冬孤松) 상임이사를 지난 17일 광주 지산동 윤한봉 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황 이사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사이에서 벌어진 ‘서울의 봄’ 공방에서 핵심 인사로 거론됐다. 전두환 신군부의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 수사과정에서 유 이사장이 직접 작성한 진술서에 황 이사의 이름이 포함된 것.

황 이사는 “나도 이번에 계엄령 포고령 위반자로 이름이 올라갔다는 것을 알았다. 유시민 씨에게 0.00001%도 섭섭함이 없다”면서 “오히려 나보다 훨씬 고생했을 것이다. 같은 상황이라면 먼저 잡힌 사람이 고생한다. 유시민이 만들어준 수배 사진은 내게 훈장과 같다”고 말했다.

황 이사는 그러면서 “매년 5월만 되면 죄인이 된다. 동지들과 현장을 지키지 못하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39년째 ‘넌 윤상원처럼 죽을 수 있느냐’고 스스로에게 자학적 질문을 던지고 우울해진다. 이래선 안된다. 이제는 국가의 폭력에서 벗어나 사회에 봉사하는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게 돌아가신 어머니가 내게 주신 미션(의무)”이라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광주=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황광우 사단법인 인문연구원 동고송 상임이사. 2019.05.17 leehs@newspim.com

◆ “유시민·심재철 모두 국가 폭력 희생자…한 명에게 책임 물어선 안 돼”

1980년 대한민국은 어두웠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유신정권이 막을 내렸지만 이내 신군부가 등장했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은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고 새롭게 꿈틀거리던 민주화 움직임을 봉쇄하려 했다.

계엄령 선포에도 민주화 움직임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민주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1980년 5월 15일 서울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서울 시내 30여곳의 대학에서 모인 10만여명의 학생들이 서울역 광장에 모여 계엄령 철폐와 민주화를 요구했다.

그 때 학생 지도부는 내부 갈등을 겪었다. 이해찬 당시 서울대 복학생협의회 의장은 청와대 진격 등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심재철 서울대 학생회장은 신군부의 군대 투입 빌미를 줄 수 있어 이만 해산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해산으로 뜻을 모으고 심 회장이 해산을 발표했다.

그 이후 신군부는 재야의 입을 막기 위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했고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 민주화 요구를 저지했다.

일련의 암흑기 ‘서울의 봄’은 유 이사장이 최근 방송프로그램과 노무현재단 팟캐스트 ‘알릴레오’에 출연,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다시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유 이사장이 진실을 왜곡했다”며 지난달 23일부터 자신의 진술서와 유 이사장의 진술서를 공개하는 등 반박에 나섰다.

황 이사는 유 이사장이 신군부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에서 등장했다. 유 이사장이 쓴 진술서는 1980년 2월부터 5월까지 서울대 학생 운동권 동향, 이해찬 복학생협의회 의장 등 복학생들의 시위 교사 정황, 서울시 22개 학생회장단, 사북탄광 실태조사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황 이사는 사북탄광실태조사 보고서 작성을 맡았다. 사북탄광 사건은 1980년 4월 21일 당시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에서 일어난 광부들의 시위다. 황 이사는 총학생회 사회부장으로 일종의 ‘대외협력’을 맡아 노동계·시민단체와 접촉했다.

황 이사는 “독재는 정치적인 억압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존권까지 억압한다는 판단 아래 노동자와 학생 연대를 조직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알리는 사회부장 역할을 맡았다. 미미한 역할이라 보위해야 할 비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 이사장에게 0.00001%도 섭섭함이 없다"며 "같은 상황이라면 먼저 잡힌 사람이 고생하게 돼있다. 유시민이 만들어준 수배 사진은 훈장과 같다"고 털털하게 웃으며 말했다.

황 이사는 심재철 의원에 대해서도 “심 의원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책임을 물어서도 안된다. ‘서울의 겨울’을 견뎌온 지하그룹에서 학생 운동의 주요 의사결정이 내려진 만큼 심 의원 개인의 책임도 아니다”라고 정리했다.

[광주=뉴스핌] 이형석 기자 = 5·18 민주화운동 39돌을 하루 앞둔 17일 저녁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에서 광주시민들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가두방송을 재연하며 행진하고 있다. 2019.05.17 leehs@newspim.com

◆ “39년째 죄인” 회한…“‘서울의 봄’ 10만명 국가 폭력 트라우마 떨쳐야”

1980년대 불어온 서울의 봄은 광주 민주화운동과 무력진압으로 비화됐다. 황 이사는 당시 서울역에 모인 학생들 모두 5월만 되면 ‘정신적 질병’이 생겼다고 말했다. 윤상원 당시 시민군 대변인처럼 광주에서 죽었어야 했거나 또는 시민군처럼 죽었어야 한다는 트라우마다.

광주에서는 사정이 더 했다. 1980년 당시 박관현 전남대 총학생회장은 함께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윤상원 시민군 대변인의 말을 듣고 서울로 피신했다. 하지만 곧 윤 대변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옥중에서 단식하다 유명을 달리했다. 함께 야학에서 강학(가르치고 배운다는 뜻으로 야학 교사를 일컫는 말)을 하던 박효선씨는 진압 당시 살아남았지만 결국 평생에 걸쳐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황 이사는 당시 서울에 있었으나 충격은 더했다. 광주 출신인 그는 고향에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었다. 그의 형인 황지우 시인도 당시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다 붙잡혀 고문을 당했다. 황지우 시인은 지금도 물 흐르는 소리만 들으면 귀에서 ‘삐~’ 소리가 난다고 했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 40주기를 1년 앞둔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신군부가 행한 국가적 폭력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이제는 바꿔보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황 이사는 ‘항쟁과 대동’이라는 5월 광주정신을 기억하자고 힘줘 말했다. 그는 “항쟁은 불의한 폭력에 굴하지 않고 싸워낸다는 정신으로 임진왜란과 구한말 의병 등 역사의 굽이 굽이마다 존재한 정신”이라며 “대동은 5월 광주 현장에서 서로 주먹밥과 피를 나눠주던 약자들의 연대”라고 말했다.

황 이사는 그러면서도 “지금 광주와 정치권은 항쟁은 잘 하지만 부분적으로 자신의 것을 약자에게 조금씩 나눠주는 연대가 훼손된 거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당시 광주 정신을 알리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인문연구원 동고송을 통해 철학·역사·종교 등 인문학을 어린세대에 가르치는 한편 5.18 당시에 대한 강의도 이어가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39주기를 하루 앞둔 17일에도 황 이사는 지산중 학생 30여명을 데리고 전남대 사회과학대학 윤상원·김남주 기념홀을 다녀왔다.

황 이사는 국립 5.18민주묘역을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황 대표는 김진태·김순례·이종명 등 5.18 유공자에 막말을 쏟아낸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마무리하지 않고 광주를 찾은 탓에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황 이사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왜 권력을 잡아야하는지를 정정당당히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즉 정치적 입장이 없는 사람은 정치권력을 말하면 안된다”며 “국민의 생명권 등 기본권을 보장하는 민주공화국에서 자국민을 죽인 전두환씨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5.18 영령 앞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한 유족이 슬픔에 잠겨 있다. 2019.05.18 leehs@newspim.com

withu@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 지지율 2.3%p↓, 38.1%…"與 총선참패 '용산 책임론'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해 30%대 후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8일 발표됐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8.1%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59.3%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5%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21.2%포인트(p)다. 긍정평가는 지난 조사 대비 2.3%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1.6%p 상승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36.0% '잘 못함' 61.0%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0.0% '잘 못함' 65.5%였다. 40대는 '잘함' 23.9% '잘 못함' 74.2%, 50대는 '잘함' 38.1% '잘 못함' 59.8%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51.6% '잘 못함' 45.9%였고, 70대 이상에서는 60대와 같이 '잘함'이 50.4%로 '잘 못함'(48.2%)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38.5%, '잘 못함'은 60.1%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1.4% '잘 못함' 65.2%, 대전·충청·세종 '잘함' 32.7% '잘 못함' 63.4%, 부산·울산·경남 '잘함' 47.1% '잘 못함' 50.6%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58.5% '잘 못함' 38.0%, 전남·광주·전북 '잘함' 31.8% '잘 못함' 68.2%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7.1% '잘 못함' 60.5%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34.7% '잘 못함' 63.4%, 여성은 '잘함' 41.6% '잘 못함' 55.3%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배경에 대해 "108석에 그친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가 '윤 대통령의 일방적·독선적인 국정 운영 스타일로 일관한 탓이 크다'라는 '용산 책임론'이 대두되며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선거 결과에 대해 실망한 여론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최근 국무회의 발언 등을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 상황도 나아지고 있지 않아 추후 지지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3.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4-18 06:00
사진
이재명 "尹 영수회담 제안 환영...총선 민심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 [서울=뉴스핌] 홍석희 윤채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에 대해 "국민과 함께 환영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대통령을 만나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도록 하겠다"여 이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3.06 leehs@newspim.com 이어 "국민들께선 '살기 어렵다. 민생을 살리라'고 준엄하게 명령했다"며 "우리 정치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과 정부 그리고 국회가 함께 변해야 한다"며 "국민을 위한 변화를 두려워해서도 또 주저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번 회담이 국민을 위한 정치 복원의 분기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중동 사태 등으로 고유가 현상이 심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6월말까지 연장했지만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00원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개월만에 유가가 또 상승해 고물가 행진에 기름을 붓는 거 같아 참 걱정"이라며 "먹거리 고물가 지속으로 2월 물가 상승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을 넘었다. 35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최근 고유가·강달러는 예상 못한 변수로 인식되고 있는데도 기재부 장관은 근원물가가 안정적이라 하반기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 태연하게 말한다"며 "지난해 상저하고를 부르던 상황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고유가 시대에 국민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적극적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민주당은 지난해 이런 유동적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hong90@newspim.com 2024-04-22 10:0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