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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모스크바 이야기]...(7-2) 한국에 각별했던 옐친

기사입력 : 2019년03월22일 15:37

최종수정 : 2019년03월22일 15:37

한-러 관계 빛과 그림자...옐친, 일본 제치고 한국 방문
한국 특파원단과 특별 기자회견...돌발상황에도 '담담'
KAL기 격추사건 공식 사과...한국전쟁 비밀문건도 건네

[서울=뉴스핌] 김흥식 객원논설위원 = 옐친 대통령은 소련과 러시아를 통들어 역대 어느 지도자보다 한국과의 관계를 호의적 입장에서 각별하게 챙겼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정책에서 북한보다 한국과 관계 개선에 세심한 배려를 했다.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를 외무부 부국장 급에서 파견하면서 서울에는 현직 차관인 쿠나제 등 고위 외교관을 보낸 예를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다.(지금은 국장급을 대사로 보낸다고 하니 금석지감을 금하지 못한다)

[모스크바 로이터=뉴스핌]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1995년 9월 연설 자료사진. 2018.01.01.

◆옐친, 아시아 순방 때 일본 제치고 한국만 방문

옐친 대통령이 노태우 대통령 초청으로 1992년 11월의 한국방문을 앞두고 있을 때의 일이다. 한.러 간에 순방계획과 관련해 약간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옐친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본을 방문하고 귀국길에 한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우리 정부에서는 거리상으로 보아도 가까운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당시 옐친 대통령은 북방 4개 도서 반환을 경제협력과 연계하기 위해 일본과의 협상을 중요시 했던 터라 일본방문이 순방의 주목적이었다.

결기가 대단한 홍순영 대사가 안드레이 코지레프 외무장관을 만나 담판을 지었다. 결국 옐친 대통령은 일본 방문은 일단 연기하고 한국만 방문하는 것으로 최종 정리했다. 당시 홍 대사가 코지레프 장관에서 설득한 논리는 간단명료했다. “한국은 일본의 부용국이 아니다. 일본을 먼저 방문하게 되면 우리 국민들이 일제 식민의 아픈 경험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한국민을 실망시키지 말아달라. 한국을 먼저 방문하거나 한국만의 단독 방문이어야 한다”

코지레프 장관은 옐친 대통령에게 한국 입장을 전했고 결국 옐친은 한국만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후 최대의 숙원사업인 북방 도서 반환에 관한 협상을 하게 됐다며 들떠있던 일본은 러시아의 처사에 격분을 표시했다. 러시아의 심각한 경제사정을 도서반환의 호기로 보았던 일본으로서는 그럴만도 했다. 나중에 외교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홍대사는 옐친의 한국단독방문을 성사시킨데 대해 늘 자랑스러워했다.

옐친 대통령이 92년 11월의 방한에 앞서 한국 특파원단과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기념촬영했다. 앞줄 옐친 대통령 오른쪽으로 두번째가 필자. [사진=뉴스핌DB]

◆서울 방문 앞두고 한국특파원단과 특별 기자회견...돌발상황도 담담하게 대처  

옐친 대통령은 서울 방문에 앞서 한국특파원단과 특별 기자회견을 가졌다. 크렘린 측은 처음에는 특정국의 특파원들과의 회견은 사례가 없다고 거절했으나 거듭된 요청에 성사가 됐다. 옐친 대통령이 못할 것 없다고 직접 수락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크렘린궁 접견실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방송 송출을 위한 위성 사용 시간 제한 때문에 3개 방송사가 먼저 질문을 했는데 옐친의 답변을 듣자마자 방을 꽉 채운 방송관계자들이 장비들을 가지고 일제히 나가버리는 돌발사태가 벌어졌다. 대통령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대변인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회견이 끝난 줄 알고 나가려던 옐친 대통령은 남아있던 신문.통신 특파원들의 요청으로 인터뷰를 계속했다. 한국 기자들의 극성스러움에도 담담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큰 나라의 지도자는 역시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KAL기 격추사건 '소련 범죄행위' 공식 사과...한국전쟁 비밀문건도 건네 

특히 옐친 대통령은 서울 방문에서 KAL기 격추사건이 ‘소련의 범죄행위’라고 공식 사과를 표명함으로써 한국에 이해를 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소련과 러시아 지도자로는 최초의 사과였다. 그리고 성의표시의 하나로 블랙박스 사본과 박스 통을 전달했다.

94년 6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김영삼 대통령에게 별장초청 등 여러 가지로 각별한 예우를 해줘서 김 대통령이 크게 우쭐해 했다. 신뢰의 표시라며 한국전쟁 관련 비밀문건 4종을 전달했는데 한국전쟁의 기원과 책임을 둘러싼 오랜 논쟁을 종식시킬 결정적 자료였다. 사실 한국전쟁의 북침은 그간 러시아의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 이미 결론이 난 상태이지만 정부 대 정부로 관련 공식문건을 주고받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또 하나 괄목할 만한 진전은, ‘자동군사개입조항’을 폐기하겠다는 옐친의 약속이다. 1961년 체결된 ‘조.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은 한반도 전쟁 발발시 자동적으로 군사력을 동원, 개입한다는 군사동맹조약인데 만기가 되는 96년에는 절대 갱신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러시아 군부와 외무부, 정보기관 등 보수적인 집단에서 조약폐기는 시기상조라며 극력 반대했지만 옐친의 결단으로 폐기 쪽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94년 6월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김영삼 대통령이 크렘린궁 영빈관에서 특파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뉴스핌DB]

▲김흥식 뉴스핌 객원논설위원
한국외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1977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뎠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해직되는 아픔을 겪고 쌍용그룹에 몸담고 있다가 1988년 연합뉴스 기자로 복귀했다. 1991년 한국의 첫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파견돼 맹활약했다. 이후 연합뉴스 북한부장, 남북관계 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실 간사,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편집담당 상무이사를 지냈다. 퇴임후 연합뉴스 부설 동북아센터 상임이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비상임이사, 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등을 지낸뒤 현재 뉴스핌 객원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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