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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모스크바 이야기]...(6-4) 3대세습 거론에 발끈한 북한 특파원들

기사입력 : 2019년03월14일 17:01

최종수정 : 2019년03월19일 13:51

한국대사관 모스크바서 설날잔치...북한 특파원 2명도 참석
"김정일 다음 후계자는 누구냐" 질문에 발끈...황급하게 자리 떠
당시 북한특파원과 12년뒤 재회...노동신문 사장된 김병호 동행

[서울=뉴스핌] 김흥식 객원논설위원 = 1992년 구정 때 일이다. 한국대사관 주최로 모스크바의 어느 호텔에서 수 백 명의 고려인을 초청, 한.소 수교 이래 최초로 고려인을 위한 설날 잔치를 베풀었다. 북한 대사관도 초청했으나 나중에 북한 특파원이 대리참석할 수도 있음을 알려왔다.

2004년 9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회 뉴스통신사 세계대회에서 만난 북한 대표단과 기념촬영. 왼쪽이 김병호 조선중앙통신 부사장, 가운데 필자, 오른쪽은 필자와 같은 시기 특파원이었던 조선중앙통신 편집국장. [사진=뉴스핌DB]

◆한국대사관 모스크바서 설날잔치...북한 특파원 2명도 참석     

당시 필자가 알기로는 조선중앙통신 특파원이 종종 대사관을 대표해 문화행사와 고려인 행사 등에 나타나 축사를 하는 등 대변인 역할을 했다. 그런 상황을 감안해서인지 홍순영 대사는 필자와 KBS 특파원에게 행사에 꼭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모스크바에는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단 2명의 북한 특파원이 있었는데 그동안 어디에서도 얼굴 한번 마주친 적이 없어 궁금하기도 했다.

대사관의 배려로 호텔 레스토랑 별실에서 이들을 따로 만났다. 홍대사가 “남북한 을 대표하는 언론사 특파원들끼리 처음 만나는 자리이니 좋은 얘기 많이 나누라”며 자리를 비켜줬다. 푸짐한 음식과 술을 본 북한 특파원들의 입이 벌어졌다. “대사선생, 고맙습네다” 술자리는 점차 무르익어갔다. 한씨 성으로 기억하는 조선중앙통신 특파원이 필자에게 “취재거리가 그렇게 많으냐. 기사를 많이 쓰는 걸 보니 회사에서 쪼나보지요”라며 자기는 한 달에 한 두건이면 된다고 말했다.

연합보도(한국전쟁 관련 보도로 추측한다)에 평양에서 꽤 신경을 쓰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갓 부임한 우리보다 이미 수년째 체류 중인 그들을 특파원 선배로 띄워주며 모스크바의 이모저모를 물어보기도 하는 등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갑자기 KBS 특파원이 궁금하다며 질문을 던졌다. “북한에서는 대를 이어 충성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그러는데 김일성 주석이 죽으면 후계자로 공인된 김정일이 당연히 승계하겠지만 김정일 다음에는 그 아들이 세습하게 되는 거냐” “김정일 아들이 여러 명일텐데 누구냐?”

김정일 국방위원장.[사진=조선의 오늘 선전영상 캡쳐]

◆"김정일 다음 후계자는 누구냐" 질문에 '발끈'...황급하게 자리 떠나  

그러자 북한 특파원들은 거의 동시에 탁자를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우리 체제를 거론하는 의도가 뭐냐”며 씩씩거렸다.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이라고 했지만 “더 이상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하겠다”며 벌떡 일어섰다. 필자가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말한 게 아니라며 좋은 말로 달랬다.

그제야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가 건재하시고 수령님도 아직 정정하신데 먼 훗날의 일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오늘은 이만 끝내자”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화해하는 의미에서 2차를 내겠다고 했더니 기다리라고 해놓고는 언제 뒷문으로 빠져나갔는 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 특파원들과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만남은 그렇게 씁쓸한 맛을 남긴 채 끝났고 그 후 다시는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프레스센터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급한 일 있다며 자리를 피하기 일수였다.

생각컨대 당시로선 3대세습이란 말 자체가 특권층인 특파원에게도 생소하게 들렸을 것 같다. 현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자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의 출생연도가 1984년으로 알려졌는데 그게 맞다면 당시 나이가 8살 밖에 되지 않는다.

아마도 최고 핵심층 외에는 김정은의 존재조차 몰랐을 것이다. 그 후 20년도 채 안 돼 공산권에서 유례없는 3대 세습이 실현됐으니 그런 시스템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북한체제가 놀라울 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북한에서는 '세습'이라는 말 자체가 당시에 이미 금기어로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원래 북한에서 출간된 '정치용어사전' 70년판에는 "세습은 특정지위나 재물이 합법적으로 상속될 수 있는 착취사회의 반동적 관습이며 독재적 지배를 영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채용되었다"고 정의하였다.

그런데 72년 판에서 부정적 의미가 담긴 정의가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아마도 당시에 세습 준비작업이 진행중이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2년 후인 74년 김정일이 '당 중앙' '친애하는 지도자' 칭호를 받으며 공산권 초유의 세습체제를 굳혔다.

김병호 조선중앙통신 부사장과 필자가 찍은 기념사진(2004.09). 김병호는 북한의 개혁,개방이 조심스럽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최측근 중 한명으로, 2018년 1월 북한 선전매채의 간판인 노동신문 책임주필(사장)이 되었다. [사진=뉴스핌DB]

◆세계뉴스통신사대회서 당시 북한특파원 재회...노동신문 사장된 김병호와 동행     

그때의 조선중앙통신 특파원은 2004년 9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회 뉴스통신사 세계대회에서 뜻밖의 재회를 했다. 당시 연합뉴스 편집담당 상무이사인 필자는 장영섭 사장과 한국 대표로 참석했는데, 북한 대표로는 김병호 조선중앙통신 대외담당 부사장과 편집국장이 참석했다.

그런데 그 편집국장이 필자와 같은 시기의 모스크바 특파원이었던 것이다. 북측 대표들과 반주를 겸한 저녁식사를 하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특히 김병호 부사장은 필자와 별도의 만남에서 개혁, 개방 얘기를 나누었는데 기억에 남는 대목을 소개한다.

“우리도 중국의 개혁, 개방에 대해 내부적으로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 지금은 노령의 혁명1세대 분들이 모든 분야에서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머지 않은 시기에 분위기가 달라지리라고 본다. 세대 교체가 어느 정도 되면 반드시 그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대교체가 어떤 의미이냐는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김병호는 이후 조선중앙통신 사장을 지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2년 4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노동당 제1비서로 정상에 오른 후 최측근 그룹인 이른바 ‘삼지연 8인방’ 한 명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후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거쳐 2018년 1월 당 중앙위원으로 승진하면서 북한 선전매체의 간판인 노동신문 책임주필(사장)이 되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베이징에서의 김정은-시진핑 회담에서도 실무대표로 참석했다고 한다.

▲김흥식 뉴스핌 객원논설위원
한국외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1977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뎠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해직되는 아픔을 겪고 쌍용그룹에 몸담고 있다가 1988년 연합뉴스 기자로 복귀했다. 1991년 한국의 첫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파견돼 맹활약했다. 이후 연합뉴스 북한부장, 남북관계 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실 간사,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편집담당 상무이사를 지냈다. 퇴임후 연합뉴스 부설 동북아센터 상임이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비상임이사, 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등을 지낸뒤 현재 뉴스핌 객원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hs@m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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