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후 채권금리 하향세 지속
채권 보유 가치 상승으로 증권사 순익↑
하반기 금리 인상 전망에 채권금리 ‘출렁’
듀레이션 축소·채권 비중 하락으로 대비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의 의견이 엇갈리자 국내 채권시장이 연일 출렁이고 있다. 미국이 올해 4분기 중 적어도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며 국내 채권 금리도 상승세를 보였지만, 최근 연말까지 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며 정반대 흐름을 보인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채권 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증권사들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 기준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운용 수익 감소로 하반기 실적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던 만큼 향후 금통위의 결정에 따라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여지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3년물 국고채 금리 동향 [자료=금융투자협회] |
19일 금융투자협회 및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 3년물 국고채 금리는 1.893~1.96%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특히 지난 14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3.9bp(1bp=0.01%포인트) 상승한 1.96%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금리 인상 여부와 관련해 보다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히자 시장이 반응한 것이다.
사실 채권 금리는 지난 5월 이후 4개월 넘게 하락세가 이어졌다. 고용 불안과 내수 부진 등 경기 둔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채권시장에 돈이 몰렸고, 이는 채권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로 5월 장중 2.32%까지 치솟았던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 12일 1.893%까지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년물 금리가 1.9%를 밑도는 등 대부분의 채권 금리가 최근 연중 최저치를 잇따라 터치했다”며 “미국 등 일부 선진국 국채금리 반등에도 대외 불확실성과 금리인상 회의론이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증시 호황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던 국내 증권사들에겐 또 다른 호재로 작용했다.
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의 채권 관련 순익은 2조65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4% 급증했다. 채권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이 지속되며 채권 처분 및 평가이익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주가 부진과 함께 금리인상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축소로 전체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는 최근 2년간 하반기 채권금리가 급등했던 경험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2016년 하반기 5704억원의 채권평가 손실을 봤던 증권사들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7194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향 및 9x12 선도금리계약(FRA)과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격차 추이 [자료=유진투자증권] |
업계 역시 일단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모멘텀 둔화로 올해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컨센서스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총리 발언이 부동산대책 발표 직전이라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원론적인 발언 이상의 정책적인 견해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수 연구원 역시 “총리의 금리인상 발언과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정책은 한은의 금융안정 명분을 강화하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금리동결 기대가 선반영된 현재의 금리 수준에서는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금리 변동과 관계 없이 증권사 채권 손익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금리 인상 이슈는 작년 하반기부터 일찌감치 예견된 시나리오였다. 지난해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5차례나 단행했다. 외국인 동향에 민감한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금리 역(逆)마진’ 격차가 더 확대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한은이 결국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에 증권사들은 금리 변동에 따른 수익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보유채권 만기(듀레이션) 축소를 진행해왔다. 여기에 총자산 대비 채권 보유 비중도 지난해보다 줄이는 등 금리 상승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이미 충분히 예상했던 만큼 그에 대비할 시간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 증권사 채권 담당 직원은 “금리 인상시 일정 부분 손실이 불가피하겠지만 증권사들도 충분히 방어할만한 역량을 갖췄다”며 “연속적인 금리 인상은 어려운 만큼 단기 악재로 보고 운용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