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 자율이지만 서울 고교 90% 이상이 시행
학생·교사 모두 필요성에 의문…"학원이 낫다"
전문가 "수준별 수업 도입 등 야자 취지 살려야"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교육부가 학교장 재량에 맡긴 야간자율학습(야자)이 사실상 강제적이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온다. 고등학생의 사교육을 막자는 게 야자의 취지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오히려 '시간 낭비'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전국 시·도교육청별 야간자율학습 운영 현황’에 따르면 전국 고등학교 2358개교 가운데 80.5%인 1900개교가 야자를 진행했다. 야자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고등학교는 서울이 320개교 가운데 293곳으로 가장 많았다. 비율로 보면 90%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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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선 참여를 강제하는 야자가 학생 인권을 침해하고 학업 성과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온다. 고등학교 1학년인 A양은 “야자를 빠질 수 없어 참여는 하고 있는데 인터넷 강의를 보거나 눈치 보면서 조는 게 전부”라며 “차라리 학원이나 과외를 하든지 집에서 편하게 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야자 논란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옮겨갔다. 청원자는 “말만 자율이지, 사실 강제 학습”이라며 “야자 신청을 안 하면 이유를 따지고 생활기록부에 반영된다는 등 강요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인도 “(학교의)강요로, 쓸모없고 효율성 떨어지는 야자를 계속하고 있다”며 “학생이 원하고 필요할 때 야자가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는 “개인의 학습권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본다”며 “학교가 학업 성과에 대해 특별한 대안을 가지고 있는 상황도 아닌데 아이들을 잡아 놓기만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계 관계자 또한 “서울은 학부모의 입김이 강하기 때문에 그나마 학원 수강증 등을 학교에 제출하면 야자를 쉽게 뺄 수 있다”며 “경기도만 해도 고등학교 1‧2학년생은 의무적으로 야자를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 학습권이 박탈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한 현직 교사는 “학교별로 교사 투입 방법 등 운용 방식도 다른데 교사들도 늦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감독만 하다 보면 지친다”고 말했다. 이어 “면학 분위기를 흐리는 일부 학생들을 혼내는 일도 하루 이틀”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야자의 취지가 제대로 살아야 논란이 사라진다고 입을 모은다. 김용근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교사의 지도가 뒤따르지 않는 야자는 의미가 없다”며 “야자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교사들이 수준별 수업을 만드는 등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도시권과 다르게 지방의 군소 도시는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만큼 야자의 필요성이 있다”며 “이처럼 야자가 필요한 곳은 학생 임의로 시간을 보내게끔 방치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