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걸리적 거려 두고 다녔으나 이제는 필수
'가재는 게편' 학생들 허위진술에 교사들은 해명 진땀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수업에 들어갈 때 스마트폰을 꼭 챙긴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혹여나 발생할 교권침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A씨는 "학생에게 성희롱·욕설을 들었어도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어 하소연하는 동료 교사들이 많이 있다"며 "예전에는 걸리적거려 스마트폰을 교무실에 두고 다녔지만, 이제는 꼭 챙긴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교권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폰 카메라·녹음기를 사용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교사들은 교권침해를 당해도 피해 사실 입증이 어렵다. 뚜렷한 입증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오직 진술뿐이다. 일반적으로 교실에는 폐쇄회로(CC)TV 등이 설치돼 있지 않다. 학생들의 행동자유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우려 탓이다. 결국, 교실에서 교권침해가 발생하면 목격자인 주변 학생의 진술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림=게티이미지뱅크> |
문제는 진술의 신빙성이다. 학생과 교사가 마찰을 빚은 경우, 학생들은 교사보다 자신의 친구 편을 들기 마련이다. 애꿎은 누명을 쓴 교사는 직위해제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교사들에게 스마트폰 카메라·녹음기는 자구책이자 일종의 궁여지책인 셈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학생들이 허위로 선생을 고발하거나 진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다만 통계 내기도 어렵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허위진술 처벌 규정 등을 만들기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거짓말 탐지기는 진술자의 맥박, 호흡 등 생체신호를 분석해 허위진술을 가려낸다.
다만 현행법상 거짓말 탐지기 결과는 법적 효력이 없다. 참고자료 정도의 가치가 있을 뿐이다. 또 학생 상대로는 거짓말 탐지기 사용을 최대한 지양한다는 것이 경찰의 전언이다. 경찰 관계자는 "물증이 없고 서로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는 진술에 의존해 수사할 수밖에 없다"며 "최대한 진술자를 많이 확보해 부족한 신뢰성을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안선회 중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교권침해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스스로 최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면서도 "다만 처벌의 관점보다는 학생을 올바른 길로 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