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구체적 추가 제재 내용 실효성 있나
군사 옵션에서 외교로? 테러지원국 지정은 '혼란'
[뉴스핌=이영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년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자, 이를 두고 트럼프가 말한대로 "진작에 했어야 한 일"이라는 평가와 "정책적 변덕으로 효과가 별로일 것"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20일 자 워싱턴포스트(WP)와 가디언(The Guardia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은 핵 초토화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것에 더해 외국 영토에서의 암살 등을 포함한 국제적인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행동을 되풀이해왔다"며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내각회의를 주재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 "진작에 했어야 한 일"... 후속 조치 나올 예정
이번 조처에 대해 트럼프는 "오래전에 벌써 했어야 하는 일이고 이는 북한과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적 제재와 불이익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도 이번 미국 조처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측근인 소노우라 겐타로 총리 보좌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테러지원국은 미국 국무부가 '반복적으로 국제 테러행위를 지원했다는 혐의가 있는 나라'에 대해 적용토록 하고 있지만 지정 자체에 대한 규정은 비교적 애미하다. 따라서 여러국가가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됐다가 빠지기도 했다.
전 국무부 북한과 이란 담당 관료 출신이며 현재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 교수 조셉 디토마스는 "테러지원국 지정은 과학이라기 보다는 예술이다"라고 표현했다. 정치적 외교적 맥락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번에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한 배경에는 2가지 요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샌디에고 유니온 트리뷴은 "하나는 김정은의 이복 형 김정남 암살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김정남 암살에 대해 "한국도 그 이후 바로 이런 행위를 북한의 테러행위라고 불렀다"고 소개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은 일방적으로 군수물자 수출 판매 금지 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원과 다른 벌칙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다. 미국은 구체적인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전망이다.
트럼프는 "재무부가 내일 북한에 대해 매우 거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며 2주에 걸쳐 마련될 것"이라며 "2주 후 제재는 최고의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날 발표될 미 재무부의 추가 제재 대상에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을 가지는지에 대한 엇갈린 평가들이 나와 주목된다.
◆ "정책적 변덕, 효과 별로"... 북한을 자극, 빌미 제공
우선 워싱턴익재미너(Washington Examiner)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트럼프의 정책변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토록 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목표는 명확한 반면 목표달성을 위한 그의 전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와 북한에 미구의 의도를 알리기 위한 그의 소통 방식은 더욱 불명확하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취임후 10개월 동안 트럼프의 변덕과 어조 변화는 수도 없이 많았은데, 적대국을 압박하고 동맹국에게 신뢰를 주는 외교정책은 이와달라야 한다는 것.
최근 아시아 순방에서 보여준 트럼프의 태도와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불행하게도 그의 외교정책이 이런 맥락에 전혀 닿아있지 않다는 결론이다.
지난 6월 트럼프는 "전략적 인내는 이제 끝났다면서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전례가 없는 분노와 화염을 보게될 것"이라고 강한 어조를 보였다.
아시아 순방 중에는 완전히 변한 태도를 보였다. 군사적 옵션을 암시하던 트럼프는 도발이 아니라 외교적 접촉 진행을, 혼란이 아니라 안정을 그리고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구가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이를 뒷받침하면서 "북한과 직접 협상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그런데 다시 이날 트럼프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제재를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의 정책적 변덕 뿐 아니라 북한의 태도도 테러지원국 재지정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리사 콜린스 연구원은 NHK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미 북한에 많은 제재를 부과하고 있어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화가 나 미사일 실험과 핵실험을 단행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향후 협상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디언(The Guardian)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진전하는 상황에서 의회로부터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란 압박을 받아왔다"면서 "그러나 한반도 긴장이 악화될 것을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