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명 근무 LG전차 융복합 연구 '전진기지' 창원R&D센터
첨단 장비로 연구비 절감하고 효율성 높여, 경쟁사 제품도 분석
[창원=뉴스핌 최유리 기자] LG전자 창원 연구·개발(R&D)센터 4층. 언뜻 보기엔 비어있는 기계실 같지만 4대의 3D프린터가 로봇팔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냉장고 문 크기의 큰 부품을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덩치지만 움직임은 섬세하다. 레이저가 오가면서 머리카락보다 얇은 마이크로미터(μm) 단위로 층을 쌓아 부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대당 가격만 8억원에 달하지만 설계 도면을 넣고 하루이틀이 지나면 왠만한 플라스틱 부품은 뚝딱 만들어지는 '요술상자'다. 제품 외형을 새로 디자인하거나 신규 부품을 적용하기 위해 부품을 미리 만들어보는 역할을 한다.
LG전자 연구원들이 3D프린터로 만들어낸 냉장고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
박수소리 LG전자 냉장고연구소 연구원은 "장비 도입 전과 비교해 모형을 만드는 시간은 30% 가량 줄었고 비용은 연간 7억원을 절감했다"며 "연구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경남 창원시 LG전자 창원1사업장에 위치한 R&D센터는 LG전자 주방가전의 '메카'로 꼽힌다. 지난달 26일 문을 연 곳으로 3D프린터실 같은 첨단시설부터 신제품 아이디어를 얻는 시료보관실, 가전에 콘텐츠를 더하는 요리개발실까지 다양한 융복합 연구가 진행된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보물창고'가 숨어있다. 대형 건물 지하에 주차장이나 기계실이 있는 것과 달리 냉장고, 오븐, 식기세척기 등 주방가전 750대가 빼곡히 들어서있다.
시료보관실은 일종의 도서관 역할을 한다. 도서관에서 연구에 필요한 책을 빌려보는 것처럼 시료보관실에서 출시되지 않은 시제품 형태의 가전을 찾아볼 수 있다. LG전자 제품뿐 아니라 삼성전자, 월풀, 보쉬 등 경쟁사 제품도 살펴볼 수 있다.
권오민 LG전자 연구소기획파트 선임은 "신제품을 기획할 때 출발점이 되는 곳"이라며 "다양한 시료를 비교해 개선점을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직원이 시료를 운반하고 있다. <사진=LG전자> |
연구원들이 차가운 기계들과 씨름만 하는 것은 아니다. 주방가전이 식문화와 주거생활에 녹아들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다.
요리개발실이 대표적이다. 요리개발실답게 화덕부터 제빵기, 야외용 그릴 등 다양한 조리기구가 즐비하다. 프랑스식 저온조리법인 '수비드'부터 러시아식 만두요리인 '펠메니' 레시피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전 세계 조리법이나 요리를 구현하면서 제품 개발에 응용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전자의 디오스 광파오븐의 경우 요리개발실에서 개발한 130개 조리 코스를 탑재하고 있다.
융복합 연구시설이 자리잡은 창원R&D센터는 지하 2층, 지상 20층 건물로 연면적은 5만1000㎡에 달한다. 이전 대비 연구 공간이 50% 가량 늘어난 규모다. 제품군별로 흩어져 있던 연구조직들을 한데 모아 1500여 명의 연구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R&D 인력을 집결시킨 만큼 전 세계 약 170개국에 공급하는 주방가전들이 모두 이곳에서 개발된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각 제품 연구 인력을 모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했다"며 "얼음정수기 냉장고의 경우 정수기와 냉장고 기술이 결합된 제품이 나오기 때문에 LG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LG전자 연구원이 수비드 요리법이 적용된 ‘프로베이크 컨벡션’ 오븐을 사용해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사진=LG전자> |
창원R&D센터가 문을 열면서 스마트공장으로 변신을 앞둔 창원1사업장의 움직임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LG전자는 2022년까지 총 6000억원을 투자해 창원1사업장을 스마트공장으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스마트 공장은 '모듈러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다. 부품을 표준화된 모듈로 설계하고 이를 레고 블록처럼 조합한다는 의미다. 창원R&D센터는 제품 기획, 개발 단계에서 스마트 공장의 모듈러 디자인 전략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송대현 사장은 "창원R&D센터는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전진기지"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주방가전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