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통화녹음 월 사용자 2000만명 육박
김광림 의원, 녹음여부 의무 통시 법안 발의
도입시 관련 기능 추가 불가피, 상황 주시
[뉴스핌=정광연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정치권의 통화녹음여부 의무 통지 법안 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화녹음 기능을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는 이통사 입장에서는 관련법 개정 시 서비스 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통화녹음 시 상대방에게 녹음 여부를 알림 형태로 의무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측은 “통화녹음을 법적으로 막자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녹음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고지 기능을 도입하자는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통화녹음이 상대방 동의 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만큼 최소한 녹음 여부라도 알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어 프라이버시권을 보호하자는 의도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통화녹음 여부 의무 통지가 통화녹음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녹음 여부가 통지되면 상대방은 전화를 끊을 확률이 높고 중요한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기회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녹음 자체를 막는 건 다양한 순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통화녹음을 악용할 경우는 처벌을 받는 등 법적 보완도 충분하다. 이를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T전화' 서비스의 통화 자동녹음 설정 화면. T전화 월간 사용자는 1000만명에 달하는 등 통화녹음은 보편화된 서비스 기능으로 자리잡았다.<사진=정광연 기자> |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서 통화녹음을 막는 조항은 없다. 법원 판례는 제3자가 아닌 통화 당사자가 상대편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해도 이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개할 경우 법적 효력을 가진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단 사익을 위해 통화녹음을 악용하거나 이를 왜곡할 경우에는 처벌을 받는다.
이통사들은 통화녹음 의무 통지 도입 여부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도입이 확정된다면 서비스 개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통사들은 통화 녹음을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사장 박정호)이 서비스 중인 ‘T전화’는 간단한 설정만 거치면 모든 통화가 사용자 휴대폰에 자동으로 저장된다. 2014년 2월 출시한 T전화는 다음해 8월부터 통화녹음 기능을 추가했다. 이 서비스는 타 통신사에 가입한 고객들도 사용 가능한 개방형 서비스로 월간사용자(MAU)는 960만명 수준이다.
KT(회장 황창규) 그룹사인 후후앤컴퍼니가 서비스하는 스팸 차단 서비스 ‘후후’ 역시 통화중 녹음이 가능하다. 월간 사용자는 720만명에 달한다. LG유플러스 역시 LG유플러스-후후'에서 통화녹음 기능을 지원한다. 이통3사 제공하는 통화중 녹음 기능 사용층만 단순 계산해도 1500만명을 훌쩍 넘는다.
T전화와 후후에는 통화녹음 여부를 알리거나 통화녹음을 차단하는 기능은 없다. 관련법이 개정된다면 해당 기능을 불가피하게 추가해야 한다. 무엇보다 통화녹음 자체를 놓고 ‘불법’ 논란이 확산될 경우 서비스사인 기업의 책임을 묻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관련법 개정 여부를 유심히 바라보는 모습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통화녹음은 고객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제공하는 기능이다. 녹음여부를 통지하는 기능은 가능하지만 상대방의 통화녹음을 차단하는 건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아이폰처럼 디바이스 자체적으로 막지 않는다면 구현이 어렵다”며 “아직 관련 법개정이 확정되지 않은만큼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