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담보로 한 대출 영업에 잰걸음..리스크는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 투자은행(IB) 업계가 때 아니 대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바닥으로 떨어진 한편 금리 역시 상승이 제한되면서 이익 압박이 몰려오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필살기로 해석된다.
맨해튼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
로버트 쉴러 예일대학교 교수에 이어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 캐피탈 대표 등 월가의 구루들이 주가 조정을 경고한 가운데 실제로 증시 방향이 꺾일 경우 투자자들이 눈덩이 손실을 떠안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월가 금융업계가 고객들에게 주식과 채권 등 보유한 증권을 담보로 한 대출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달 초 모간 스탠리는 이 같은 대출이 커다란 성장 잠재력을 지닌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대출 영업이 호조를 이루면서 모간 스탠리는 2분기 자산을 35억달러 가량 늘렸다.
골드만 삭스는 지난 27일 피델리티와 새롭게 제휴를 체결하고 대출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메릴린치의 브로커들은 장기간 거래한 고객들을 중심으로 보유 증권을 담보로 한 대출을 집행하기 위한 신용라인을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 2016년 말 기준 관련 대출 규모가 40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0년 대비 14% 불어난 수치다.
모간 스탠리의 대출 규모도 2013년 대비 두 배 늘어난 300억달러에 달했고, UBS와 웰스 파고 역시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대출을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권은 대출을 받은 고객들이 주식이나 채권을 추가로 매입할 수 없기 때문에 리스크가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이나 채권을 매도하지 않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창구일 뿐 투기적인 거래를 위한 자금줄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금융시장이 가파르게 하락해 대출 담보물로 설정된 자산 가치가 떨어질 때 여신을 제공한 금융회사들이 자금 상환을 독촉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투자자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을 팔아치울 경우 시장 전반에 하락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테란스 오딘 교수는 WSJ과 인터뷰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담보로 한 대출은 일종의 레버리지 거래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메사추세츠 주의 증권 감독관인 윌리엄 가빈은 "금융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은 업계에 건강한 비즈니스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