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우리 국민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막장드라마를 봤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 누군가는 막장드라마라고 얘기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사기극, 전 세계 교과서에 나올 만한 부정부패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라고도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민간인에 의해 조종당했다. 그와 결탁해 국정을 소흘히 했고, 수많은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들었다. 여성 대통령 최초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곧 재판을 받게 된다.
한국은 지난 3월 10일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혼란이 가중됐다.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국정 운영을 잘해서가 아니다. 국민들이 바라볼 나라의 수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대통령 부재라는 초유 사태가 한 달이 흘렀다.
박근혜와 최순실 주연의 막장드라마는 이제 마지막회에 접어들고 있다. 이들의 죄는 판사가 가르겠지만, 이에 앞서 국민들의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진지 오래다. 국민들은 박근혜와 최순실 주연의 마지막 장면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두 사람의 막장드라마는 각회마다 소재도 다양했다. 주연들의 40년 인연은 세상 무서울 게 없었다. 국정을 뒤흔들었고, 기업인들을 돈줄 삼아 횡포를 부렸다. 국정농단 초반, 한국땅을 밟은 최순실 주연은 “죽을죄를 지었다”고 했으나 특검 수사에선 표독스럽게 소리치며 민주주의를 운운했다.
최순실 주연의 딸 정유라는 엄마의 그릇된 사랑에 인생을 망쳐버렸다. 정유라는 덴마크에서 강제추방 결정을 받았으나, 귀국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에 환영할 만한 사람도 없을 게다. 아직 젊으니까 죽기 전에 죄값을 치르면 된다.
박근혜 주연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자, 3년간 차디찬 바다속에 처박힌 세월호가 육지로 올라왔다. 유족들은 처참해진 세월호 모습을 보며 다시한번 큰 슬픔에 빠지게 됐다. 만약 박근혜 주연이 구속되지 않았다면 세월호가 올라올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하는 이가 적지 않다.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드라마를 보실 때마다 욕을 입에 다셨다. “쳐죽일 년, X년, 벼락맞을...” 세월호를 3년 간 묵혀둔 탓에 하늘에 계신 할머니가 진노하실 것 같다. 오늘은 유난히 할머니의 욕이 그리워진다.
그래도 우리 국민들이 희망을 가져야 한다. 이별로 인한 상처는 새 인연을 만나야 치유될 수 있다고 하던가? 이미 썩을대로 썩은 박근혜 정권과 국정농단 막장드라마는 서서히 잊자. 대신 5월 새 대통령 선거에서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자.
국민들이 바라볼 새 대통령을 보다 철저히 검증해서 제2의 막장드라마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못된 사람들이 만든 더 못된 막장드라마를 지겹게 봤다. 국민들이 오늘을 사는 이유 중 하나는 그래도 마음 속에 실락같은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