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국채 수익률 상승에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험로 경고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대차대조표 축소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지난해 12조달러를 웃돌았던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이 반전을 이루면서 투자자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전세계 경제 지표 개선과 투자자들의 신뢰 향상으로 채권 금리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어 연준 정책자들이 난관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사진=블룸버그> |
10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유럽 지역의 이른바 ‘서브 제로’ 국채 규모가 지난해 7월 약 3조6000억달러에서 최근 2조7000억달러 규모로 줄어들었다.
일본 역시 같은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국채 규모가 6조4000억달러에서 4조3000억달러 선으로 위축됐다.
최근 시리아와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개를 들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오프’ 심리가 번지고 있지만 연초 이후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되면서 안전자산 매도가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일본과 독일 국채를 필두로 투자자들의 ‘팔자’가 이어지면서 수익률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회사채 금리 역시 동반 상승할 여지가 높다.
채권시장의 추세적인 반전은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맞물리면서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미국 국채 및 회사채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연준 정책자들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데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도이체방크의 토스텐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유럽과 일본에서 미국으로 몰려왔던 자금 쓰나미가 종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마이너스 0.2%까지 떨어졌던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23% 선에서 거래되고 있고, 프랑스 10년물 수익률은 0.9% 내외로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10배 가량 뛰었다.
4조5000억달러 규모의 연준 대차대조표 가운데 미국 국채는 2조46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국채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물량은 13조9000억달러. 무려 43%의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성장 정책 추진에 중요한 자금줄이다. 1조달러 인프라 프로젝트를 포함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부채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본과 독일 국채 수익률이 동일 만기의 미국 국채에 비해 크게 낮아 패닉이 발생할 여지가 낮지만 연준과 트럼프 행정부 및 투자자 모두에게 우호적인 여건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스탠더드 라이프 인베스트먼트는 최근 6개월 사이 미국 국채 물량을 축소했다. 경기 및 금리 사이클이 투자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미국 채권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