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채용과정에서 'VIP 관심' 거론하며 수차례 전화"
[뉴스핌= 성상우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최순실게이트'에 연루된 KT의 부정 인사 의혹에 대해 청와대의 반복적 외압에 의한 조치였다고 진술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요구에 따라 인사 조치한 것을 시인하면서도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는 청와대 측의 압박을 거스를 수 없었다는 해명이다.
황 회장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에 대한 '국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차은택 씨의 측근인 이동수 전 KT 전무와 신혜성 전 KT 상무보의 임원 채용 과정과 차씨의 회사 '플레이그라운드'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한 경위 등에 대해 증언했다.
28일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황창규 KT 회장 <사진=뉴시스> |
황 회장은 지난 2015년 정기 인사 시기가 아님에도 이씨를 상무급인 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임명한 후 8개월 뒤인 10월경 전무급인 IMC본부장으로 보직 변경했다. IMC본부장은 KT의 광고를 총괄하는 자리다. 곧이어 당시 LG전자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던 신씨를 상무보로 임명했다.
황 회장은 이씨와 신씨의 채용에 대해 "안종범 전 수석이 'VIP(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며 수차례 전화했다"며 "기업하는 사람으로서 청와대 수석이 그정도로 요구하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또 이씨를 브랜드지원센터장(상무)에서 IMC본부장(전무)으로 보직 변경하는 과정에서 "이씨를 검증하는 차원에서 소규모 조직인 브랜드지원센터를 신설해 맡긴 상태였는데 안 전 수석이 수차례 전화해 (광고 총괄 전무로의) 보직 변경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차씨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선 "안 전 수석의 전화를 받고 김인회 비서실장에게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며 "그 이후 상황에 대해선 보고받은 바가 없어 모른다"고 했다.
지난 2016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와 관련해선 "KT의 사업 방향과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설명드렸다"며 "대화에 정해진 주제는 없었고 내가 설명하면 대통령은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황 회장은 이날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더블루케이' 용역제안서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작성한 'KT 스키단 창단 계획서'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면담이 끝나고 나가려는데 대통령이 봉투 두개를 건넸다"며 "봉투를 뜯어보지 않아 내용은 모르는 상태에서 검토해보라고만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KT는 청와대 측에 더블루케이의 용역제안서는 거절했고 스키단 창단에 대해선 아직 검토중이라는 뜻을 밝혔다.
황 회장은 "더블루케이의 제안서는 너무 수준 이하라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다"며 "스키단 창단도 비용이 과다 책정돼 수락할 생각은 없었으나 두 제안 모두 거절하는 것은 부담이라 안 전 수석에게 검토중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날 '기업하는 입장'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기업하는 입장에서 청와대 경제 수석의 '제안'은 사실상 압박에 가까운 행위라는 뜻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대통령의 제안이 "수준 이하였고 상식 밖이었다"며 "이 외에도 여러번 청탁이 있었지만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 거절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성상우 기자 (swse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