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부터 목적까지 전통적 국부펀드와 딴판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전통적인 형태와 전혀 다른 신종 국부펀드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원유를 포함해 풍부한 천연 자원을 바탕으로 대규모 부를 축적한 국가의 전통적인 국부펀드와 달리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부채를 떠안은 신흥국들이 펀드를 잇달아 출범시킨 것.
터키 리라 <사진=블룸버그> |
22일(현지시각) 로이터는 ‘부’가 없는 국부펀드가 난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터키와 루마니아, 인도, 방글라데시 등이 국부펀드를 결성한 데 대한 지적이다.
신종 국부펀드는 태생부터 목적까지 기존의 펀드와는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를 지닌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자원 부국이 출범시킨 펀드는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를 기반으로 한다.
시장조사 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이들 국가의 국부펀드는 자산 규모 총 6조5000억달러 규모로 외형을 확대했다.
이들 펀드는 해외 자산 매입을 통해 국가 포트폴리오를 분산, 원자재 가격 하락 시기에 대비하는 데 근본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를 해외에 투자해 국내 인플레이션 압박을 통제하는 한편 차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도 국부펀드의 취지다.
반면 대규모 적자와 부채에 허덕이는 신흥국이 출범시킨 국부펀드는 해외 자금을 흡수해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한 투자에 동원하는 구조로 운용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성장률 둔화와 국제 교역의 위축 등 난기류 속에서 국내 경제의 버팀목을 구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셈이다.
일례로, 터키는 매년 300억달러 가량의 재정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해외 자금을 수혈하는 통로로 국부펀드를 결성했다.
최근 움직임과 관련, 자산운용사 SSgA의 엘리어트 헨토프 리서치 헤드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엄밀한 의미에서 국부펀드라고 보기 어려운 펀드가 같은 이름을 달고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며 “이들은 국가지주회사로 규정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신종 국부펀드가 해당 국가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지만 잠재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루마니아는 도로 및 병원 건설을 위해 주요 기업들의 정부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며, 인도와 방글라데시 역시 흡사한 형태의 국부펀드 자금 조달을 통해 인프라 건설에 나설 예정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레바논은 이 같은 목적으로 국부펀드 출범을 저울질하고 있다.
천연자원관리협회의 앤드류 바우어 애너리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새롭게 등장한 국부펀드의 모델은 일반적인 예산 집행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위험 요소”라며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감독이나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에 따른 투명성 결여가 다양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도는 2017/2018 회계연도 1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국부펀드에 할당했고, 이를 기초로 전략적 파트너를 확보해 12억달러의 자금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터키 정부는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 지분을 펀드로 이전시켰고, 자산 규모를 2000억달러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