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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조동석 기자] 검색할 시간은 있다. 사색할 시간은 없다. 기억을 떠올릴라치면 검색부터 한다. 생각에 빠져 나를 돌아볼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 빠른 게 아름다운 세상이고, 생각하는 게 귀찮은 세상이니 이해못할법도 없다.
그러다 “나는 누구지?”, “내 인생은 뭐야?” 의문이 든다. 돌아보니 열심히 살았다. 때론 거칠게도 살았다. 경쟁에 내몰리다보니 남을 밟기도 했다. 그런데 그대로였다. 아니 추락했다. 힘들 수밖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책을 찾았다. 근데 대개 자기계발서다. 이후 20년 가까이 사람들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 구조적 문제였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예전에는 너무 열심히 산 나머지, 나를 돌아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열심히 살 방법조차 없다. 자기계발서 대신 위로의 책을 찾았다. 사회적 위로가 없으니 그래야만 했다. 재교육 시스템은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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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문득 아이들을 돌아봤다. 아이들은 공부가 고통이다. 고진감래, 웃기는 얘기다. 사색은 꿈도 못꾼다. 학교에서 학원 갔다가 집으로 돌아와 또 책과 씨름한다. 아이들은 사춘기를 느낄 틈도 없다.
더욱이 부모는 자신의 삶에 빗대 아이의 삶을 재단한다. 예전에는 평생직장이었다. 한곳에 30년 동안 눌러앉았다.
지금은 30년의 반도 안된다. 부모의 눈으로 아이를 바라봐서는 안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놔둘 수 없다. 내 아이 삶은 나보다 못할 게 뻔하다.
요즘 청년들은 사랑을 포기했다고 한다. 관계도. 미래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동물들도 짝짓기 하는데 말이다. 남은 것은 식욕 뿐이다. 그래서 먹방이 인기인가보다. 혼자인 탓에 삼각김밥과 컵라면은 상종가다. 과거 청년들은 그래도 사색했다. 지금은 글쎄.
아이들이, 청년들이, 부모들이 이렇게 살면 안될텐데. 그럼 바뀌어야 한다. 사람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나는 뭐지? 철학이다. 내 인생은 뭐지? 문학이다.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거지? 역사다. 이게 문사철이다. 한때 인문학이 떴다. 사람의 삶이 인문학이다.
그렇다고 인문학이 곧 사색은 아니다. 그래도 검색보다는 사색에 가깝다. 하지만 검색에 밀려 사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인문학이 뜨다 보니 스펙이 됐다. 현실을 인식하고 미래를 얘기해야 할 인문학이 고전탐구가 됐다.
인문학이 지식의 대상이 되면서 인간에게 사색할 방법 또하나가 사라졌다. 변종자기계발서가 된 느낌이다.
그래도 휴일엔 사색에 한번 잠겨보는 것은 어떨까. 책도 좋고 그냥 드러누워 있더라도 검색기기만 멀리하자. 책을 읽는다면 내용을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나에게 맞는 게 뭔지 알아보는 것만으로 괜찮지 않을까. 그러면 월요일이 쿨해질수도.
사회부장 조동석 (dsch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