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양덕 기자] 한때 호황기를 보냈던 셋톱박스 업체들이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셋톱박스 시장에서 관련기업들이 사업 다각화를 통해 자구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TV가 보급되기 전 일반 가정에선 아날로그TV로 쌍방향 텔레비전이나 VOD(주문형 비디오)를 시청하기 위해 셋톱박스가 필수였다. 때문에 2007~2008년 당시 셋톱박스 업체들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이후 스마트TV의 확산과 함께 주가도 빠르게 식었다.
2000년 설립된 홈캐스트는 현재 셋톱박스 사업과 바이오 신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홈캐스트 주가는 1만원 안팎이었지만 지난해 7월 최대주주가 에이치바이온으로 변경되면서 2배 이상 급등했다.
에이치바이온은 황우석 박사가 최대주주인 바이오 회사로 황 박사가 경영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홈캐스트는 줄기세포 화장품 사업 진출을 위해 에이치바이온 미국법인에 10억원을 출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이오사업 외에 홈캐스트는 셋톱박스 사업도 지속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홈캐스트는 셋톱박스 업체 디엠티의 경영권과 모든 권리‧의무를 이전받았다.
셋톱박스 업체 토필드도 지난해부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토필드는 지난해 8월 의류 유통, 바이오 분야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혔다. 토필드 관계자는 “지난 1998년 설립 이후 꾸준히 셋톱박스 사업만 진행했지만 셋톱박스 하나만으로는 회사 성장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지난해 기준 토필드는 최근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셋톱박스 업체 아리온은 지난해 12월 아이돌 그룹 비스트에 20억을 투자하면서 시장 관심을 모았다. 당시 아리온은 20억원을 출자해 어라운드어스이엔티의 지분 30%를 취득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아리온 주가는 8.15% 급등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셋톱박스 업체들의 사업 다각화 바람은 업계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셋톱박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틈새시장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시장이 포화상태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며 “지금까지 살아남은 업체들도 결국 셋톱박스 하나만으로는 수익 보전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5년부터 셋톱박스 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는 프랑스 통신기기 제조업체인 사젬컴(Sagemcom)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가격 이견에 매각에 실패했다.
[뉴스핌 Newspim] 서양덕 기자 (sy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