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구본무 LG그룹·박삼구 금호 회장·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
전문경영인, 권영수 LG유플·우유철 현대제출 부회장 주목돼
[뉴스핌=한기진 황세준 전민준 심지혜 기자] 2017년 정유년(丁酉年)이 밝았다. 올해는 불의 기운을 띠어 ‘붉은 닭의 해’의 불리는데 닭은 ‘지식’ ‘굳셈’ ‘용맹함’ ‘어진 성품’ ‘신의’를 상징한다. 이런 닭이 울면 하루의 시작이며 빛의 시작이라는 믿음을 줬다. 닭띠 최고경영자(CEO)들이 내외외환에 직면한 국내 재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 것이란 기대감이 큰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1일 재계와 기업 평가사이트 CEO스코어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사장단과 대표이사 중 닭띠 CEO(1945, 1957, 1969년생)는 총 93명이다. 이중 오너가는 9명으로 가장 대표격은 1945년생 동갑내기인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다.
구 회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붉은 닭의 기운과 일치한다는 평가다. LG 관계자는 “경기에 위축되지 말고 고객가치에 집중하며 지속 성장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끈질기게 실행해 달라는 게 구 회장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의 역할을 확대하며 새로운 그룹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구 회장은 자동차부품과 에너지솔루션 등 신성장사업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사업전개와 효율적인 성과창출을 위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주력 계열사 CEO를 역임한 구 부회장의 경험과 추진력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새해에는 채권단에 넘어간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 옛 금호그룹 재건에 힘쓴다는 각오다.
닭띠 오너가 CEO들 (왼쪽부터) 구본무 LG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
오너가 중에서 1957년생으로 허리급은 구자균 LS산전 회장, 김홍국 하림 회장,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있다.
구자균 회장은 지난 2014년말 LG산전 회장으로 승진하며 초고압 직류송전(HVDC) 기술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접 발표자로 나서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 스마트에너지 솔루션을 직접 소개할 정도로 전문성을 갖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12월 21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4차 신산업 민관협의회에 참석한 현재 진행 중인 사업조직 개편에 대해 "세대교체 차원"이라고 답하며, 새해는 강력한 조직 변화를 예고했다.
김홍국 회장은 현재의 '9988' 경제구조(중소기업 사업체수 99%, 중소기업 근로자 수 88%)를 '9070'(중소기업 수 90%, 중소기업 근로자 70%)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우리 경제의 '허리' 강화를 역설하기도 했다.
1969년생으로 오너가 40대 기수는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과 허세홍 GS글로벌 대표가 주목된다. 박태원 부회장은 박두병 초대회장의 4남인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대표적인 4세 오너 경영인이다. 그는 69년생중 유일하게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경영전반에 나서고 있다.
박 부회장은 올해 두산건설의 흑자전환에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9075억원, 28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누적순이익은 1411억원 적자로 전년말(5207억원 적자)보다 개선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GS가(家) 4세인 허세홍 GS글로벌 대표(새해 1월1일 취임)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아들로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춘 40대 차세대 경영자로 주목 받는다. 세계경제포럼의 젊은 글로벌 리더로도 뽑히기도 했다.
전문경영인으로 주목 받는 CEO는 올해 나이 60세를 맞는 1957년생이 대부분이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우유철 현대제출 부회장,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등 4명이 두드러진다.
권영수 부회장은 승부사로 알려져 있다. 앞서 LG화학에서 글로벌 1등을 경험해 본 바 있어 이동통신 업계 3위인 LG유플러스를 1등으로 키우겠다는 강한 포부를 갖고 있다.
우유철 부회장도 철강업계 불황을 뚫을 CEO로 주목 받는다. 그는 지난 2010년 3월 현대제철 대표이사 겸 사장으로 취임한 뒤 7년째 회사를 이끌며 현재 자산 30조원, 매출 20조원의 대형 철강사로 키웠다.
우 부회장은 2017년에도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내수시장 침체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혁신을 통한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을 안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재 현대기아차 해외공장 인근에 자동차 강판을 가공하는 냉연스틸서비스센터(SSC) 13개를 9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추가 증설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6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삼현 사장은 조선업 불황을 돌파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는 선박영업에서 고수로 꼽히는 인물로 현대중공업의 매출향상을 어떻게 꾀할 지 주목된다.
김태한 사장은 삼성의 신성장동력인 바이오 산업의 책임을 맡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까지 주도했다. 전자·IT산업의 쌀인 반도체 성장을 주도하며 오늘의 삼성이 있게 했듯, 게놈·DNA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밖에 주요 닭띠 전문경영인은 이갑수 이마트 대표,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정도현 LG전자 사장(최고재무책임자), 김준호 SK하이닉스 사장(경영지원부문) 등이 있다.
2017년 붉은 기운을 받은 닭띠 CEO들이 경영현장을 누비며 우리나라 경제 난관을 뚫고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줄 것으로 재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