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은빈 기자] # 직장인 김민희(여·27)씨는 최근 영화 ‘어벤저스’ 캐릭터의 피규어를 모으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언맨' 피규어가 맘에 든다는 김 씨는 생각보다 부담 없는 가격이 맘에 든다고 귀띔했다. “예전엔 피규어하면 ‘애니메이션 오타쿠’만 모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모으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2030세대 1인가구가 늘면서 취미생활의 장르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특정 마니아들을 위한 장르인 줄 알았던 피규어(캐릭터 모형) 문화다. 피규어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피규어가 재태크 수단으로도 각광받기 시작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문화여가비 지출 품목 중 인형과 피규어가 포함된 장난감 및 취미용품의 비율은 지난해 전체 지출의 5.8%를 차지했다.
피규어 매장 하비팩토리의 매장 내부 모습. 건담 피규어들이 눈에 띈다. |
지난 2010년에 4%였던 것이 5년새 1.8%포인트 증가했을 정도로 피규어 문화를 즐기는 인구가 늘었다.
서울 강남역 인근 카카오프렌즈 스토어에서 만난 대학생 김수빈(여·24)씨는 "'카카오톡' 캐릭터 피규어를 모으고 있다"라며 "혼자 있을 때 피규어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뿌듯해진다”고 전했다.
피규어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건담’ 피규어의 인기도 대중적으로 퍼지고 있는 중이다. 최근 기자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피규어 매장 하비팩토리를 방문했을 때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캐릭터 상품을 구경 중이었다.
박찬현(35) 하비팩토리 점장은 피규어 문화가 더 이상 마니아들만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박 점장은 “손님 중엔 마니아들도 많지만 데이트 코스로 들르는 커플이나 구경하러 온 일반 손님들도 많다”며 “비율로 따지자면 마니아가 4고 나머지가 6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손님 중엔 ‘라이트 팬(마니아 수준이 아니라 가볍게 즐기는 팬)’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고교생 유모(19)양은 건담 마니아인 남자친구 덕분에 피규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유 양은 “홍대에서 데이트할 때면 습관처럼 매장에 들르게 된다”고 말한다. 유 양은 앞으로 관심이 생기는 피규어 위주로 조금씩 구입할 예정이다.
피규어 수집의 특징 중 하나는 단순히 선호하는 상품을 수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재테크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서울 중랑구에서 블록장남감 '레고' 1300만원 어치를 훔쳐 되판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중들에게 일명 ‘레고 재테크’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피규어 마니아들은 피규어도 품목을 잘 고르면 재테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비팩토리의 직원 남윤종(29)씨는 재테크가 가능한 피규어의 사례로 제작사 ‘핫토이’에서 나온 영화 캐릭터 피규어들을 꼽았다. 핫토이는 극사실주의 피규어로 유명한 회사다. 아이언맨, 배트맨 같은 영화 캐릭터들을 12인치로 구현해 낸 피규어들이 유명하다. 남씨는 “30만원 대로 출시된 핫토이 피규어들이 프리미엄이 붙으면 80만원, 100만원대까지 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핫토이에서 발매된 '조커2.0 dx11' 54만9000원이던 이 피규어는 현재 9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
실제로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 피규어인 조커2.0 DX11의 경우 정품 출시가는 54만 9000원이었지만, 현재 중고시장에서 9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 피규어의 경우 영화 속 조커를 맡았던 호주 배우 고(故) 히스 레저의 모습과 너무 닮은 나머지, 유족들이 제조사에 부탁해 생산을 거의 하지 않게 되면서 가격이 올랐다.
박찬현 점장은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캐릭터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중고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또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 제조사와 피규어 디자이너에 따라 시세가 달리지기도 한다. 단종여부도 프리미엄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뉴스핌 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