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호황 낙관 금물…불황 기준 구조조정은 더욱 안돼
평균업황 고려, 기술력 중심으로 체질 소프트하게 바꿔가야
[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전문가들은 조선업황에 대한 너무 낙관적인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사업구조 등 우리 조선업 체질을 기술력 중심의 보다 '소프트(Soft)'한 방향으로 바꿔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정부의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조선 업계 및 전문가들의 우려가 작지 않다.
무엇보다 조선업황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크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가장 큰 문제가 (2000년대 중후반의)초호황이 다시 올거라는 믿음"이라며 "그걸 이유로 (조선업)을 계속 끌고가야 한다는 건 아주 위험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조선업의 설비나 인력은 10년 전 초호황 때에 맞춰진 것으로, 그 때 늘어난 설비를 유지하려다 보니 과잉공급, 저가수주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불황인 지금의 수준을 생각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도 곤란하다. 조선업이 경기 사이클이 분명한 산업이다보니 바닥 업황에 맞춰버리면 시황이 살아나면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조선 전문가 역시 "저점으로 떨어진 지금의 업황이나 2006년에서 2008년에 이른 초호황 시기 어느 한 쪽도 기준이 돼선 곤란하다"며 "사이클이 있는 조선업 특성상, 과거 전반적인 업황을 봤을 때 평균적으로 유지되는 규모를 고려해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사진=뉴스핌 DB> |
그렇다면, 평균적인 업황을 기준으로 하되 그 구조조정의 방식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
앞서 정부는 지난 27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차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고,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과 관련해 과잉설비 및 인력의 축소, 비핵심 자산매각 등 고강도 자구노력을 통해 당면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조선사별 경쟁력 있는 분야에 대한 핵심역량 집중 등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대우조선 민영화,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신속한 사업재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너무 막연하다. 오는 31일 최종 방안에서 어떻게 구체화될지 아직 알 순 없지만, 정부의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구자현 연구위원은 "당장 너무 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중장기적인 우리나라 조선업의 방향 설정이 필요한데, 그런 목표나 비전이 없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한국 조선업이 앞으로 기술력 육성을 중심으로 산업 체질을 보다 부드럽고 유연하게 가져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윤상직 국회의원은 "한 마디로 조선산업의 '소프트화'다"면서 "최악의 경우에도 엔지니어링 고급 인력만 확보하고 있으면, 핵심 경쟁력은 가져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산업이란 게 전후방 산업 연관성 큰 산업이라 어느나라든 조선산업 구조조정에서는 시간을 갖고 서서히 다운사이징해나가는데, 다운사이징 과정에서 핵심 인력 확보는 절대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윤상직 의원은 "앞으로 우리가 건조도 해야 하겠지만, 엔지니어링 수출 길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계나 디자인 역량 뿐만 아니라, 특히 부품 기술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구자현 연구위원은 "조선의 경우에는 우리부품이 90%인데, 해양플랜트는 20%에 그친다"며 "(우리나라가)건조 역량이 1등인데, 부품까지 된다면 (불황)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술력으로 자체 경쟁력을 키운 뒤에는 그것이 조선업을 기반으로 한 또다른 서비스업을 창출할 수도 있다. 기술력 단계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이미 스마트쉽(Smartship) 등 조선업은 고도화되고 있기에 조선업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업 영역으로의 진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자현 연구위원은 "이제는 자율자동차처럼 오토파일럿 배도 나올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조선 기반 제조업만 해왔는데, 조선업 기반 서비스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쉽에서 나오는 정보를 이용, 재처리해서 선주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비즈니스모델이 될 수 있다"며 "분석서비스 말고도 조선을 기반으로 하는 운영관리 오퍼레이션 매니지먼트 등 사업구조 다각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고, 고용도 창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은 "전 세계 조선의 40~5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조선업인데, 그러면 세상 변화를 읽었어야 했다"면서 "연년세세(年年歲歲) 갈 수 있다고 착각하면서 몸집만 키워 지금까지 온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적응력, 즉 세상의 변화를 스스로 찾아 바뀔 수 있어야 한다"면서 "몸집을 비대하게 만들지 말고 굉장히 플렉시블 하게, 어려운 때는 더 날씬하게 하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