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투자자 청약 미달나기도
[뉴스핌=백현지 기자] 지난 22일~23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한 수산아이앤티가 공모가 산정으로 막판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회사 측이 기대하는 가격(공모가밴드 1만500~1만1500원)과 시장의 온도차가 크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들은 대부분 공모가 밴드 최하단에 몰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기관 수요예측이 끝나고 하루 정도 협의 후 발표하는 공모가 발표 일정이 일반투자자 청약(29일)을 하루 앞둔 지금까지도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2년간 공모불패를 이어온 기업공개(IPO)시장에 한파가 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IPO 시장을 보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 일부 기관들의 경우 공모가 하단 이하에 올인하는 곳도 꽤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해왔다.
지난달 수요예측을 진행한 자이글이 희망공모가 2만~2만3000원의 반값 수준인 1만1000원으로 낮춘 끝에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LS전선아시아는 공모가밴드(1만~1만5000원)보다 낮은 8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음에도 상장 첫날인 22일 6350원까지 급락해 아직도 7000원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고, 일부 기관에만 공모주 물량을 배정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코스피 대어로 주목받아온 화승엔터프라이즈는 공모가밴드(1만4600~1만6500원) 최하단보다 높은 1만5000원에 공모가를 정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1만5000원 이상을 적어낸 곳은 전체의 12.31%에 불과해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중 20%에게만 물량이 배정됐다.
통상 수요예측에 참여한 80%의 기관에 물량을 나눠 배정하는 경우와는 차이가 컸다. 결국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0.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 CJ헬로비전 이후 가장 낮은 경쟁률이다. 결국 한국투자증권은 실권주를 인수했다.
미투온 역시 공모가를 밴드 최하단인 3800원으로 확정지었지만 수요예측에서 3800원 이상을 써낸 기관은 15.2%에 불과했으며 의무 보유 확약을 내건 기관도 없었다. 일반청약에서는 간신히 미달을 면한 1.1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IPO임원은 "지난 20년간 IPO시장을 살펴봐도 2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오는 건 맞다"며 "공모주에 투자해 수익을 거둔다는 확신이 있어야 일반투자자들이 몰리는데 무리하게 시장 상황이 안좋은 데서도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는 관행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