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관광객 매출 급감…개입 전망은 엇갈려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엔화 강세 여파가 관광산업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것인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지난 21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엔고로 지난달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이 지갑을 닫았으며 이로 인해 일본 당국의 환시 개입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사실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 수는 230만명으로 1년 전보다 19%가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올해 목표로 했던 관광객 수 2400만명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진 듯 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엔화 강세가 진행되기 이전 예약을 끝냈던 관광객들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 이후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6% 뛰자 정작 일본에 와서는 지출을 자제했다.
7월 한 달 동안 해외 관광객들의 백화점 지출 금액은 1년 전보다 5분의 1이 줄었다.
애널리스트들은 해외 여행객들의 씀씀이가 달라진 데는 엔화 강세 영향도 있지만 사실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한 관광객의 소비 행태가 변한 영향도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명품쇼핑을 즐겼던 중국인 관광객들은 이제 화장품이나 식품은 물론 감기약이나 안약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저렴한 아이템들을 챙기고 있다.
노무라의 히로가네 마사하루 분석가는 일본 공항 터미널의 최근 분기 실적 중 면세 판매 부문에서 영업 이익이 무려 38%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일본산 화장품, 식품, 생활용품 등을 판매해 중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돈키호테’의 경우 같은 기간 면세용품 판매가 무려 25% 급증한 데서도 달라진 쇼핑 트렌드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일본 환시 개입 가능성은 얼마나?
관광 산업은 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부양 정책(아베노믹스)에 활력을 불어넣는 핵심 부문이었던 만큼 , 관광수입 적신호가 켜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당국의 환시 개입 여부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외환 트레이더들은 지난주 100엔이 붕괴되면서 나타난 엔고 속도나 규모로 볼 때 환시 개입 정당성은 충분히 갖춰진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 1년 추이 (엔화 가치와 반대) <출처=블룸버그> |
지난 주말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9월 회의에서 추가 완화에 나설 여지가 충분히 있다며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언급한 점도 개입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은 오는 9월21일 BOJ의 통화정책회의 이전에 달러/엔 환율이 95~96엔 수준까지 더 밀릴 경우 엔화 매도를 통한 당국의 개입이 단행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애널리스트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시장이 민감해진 상태인 데다, 정작 개입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환시 개입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크리디리요네증권 아시아(CLSA)의 니콜라스 스미스 일본주식 전략가는 당장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2007년 이후 환율과 일본 기업들의 수익 상관성은 26%에 불과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화 강세가 부담이긴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재앙적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무라의 고토 유지로 전략가는 이번 주 달러/엔 환율 변화를 이끌 핵심 변수는 미국 거시 지표와 주 후반 예정된 잭슨홀(Jackson Hole)의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연설이며,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한국시간 기준으로 22일 오후 1시40분 현재 도쿄 외환시장의 달러/엔 환율은 100.76-77엔으로 주말 종가보다 0.62% 상승 중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