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라이브
KYD 디데이
라이프

속보

더보기

[이명훈의 4색 여행기] 고원의 작은 마을들

기사입력 : 2015년09월23일 14:39

최종수정 : 2015년09월23일 14:39

스리나가르를 벗어나 라다크 방향으로 지프는 달려나갔다. 운전 기사는 이름이 라주인데 나이는 서른 다섯 살이고 딸린 식구가 여섯이나 된다고 한다. 고된 노동의 댓가가 고작 박봉이라 생활고에 시달리는 표정이 역력하다. 더군다나 겨울이면 카슈미르가 너무 추워 관광객이 더욱 없기에 델리나 잠무로 가서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도로는 곳곳이 깨지기도 하고 차에 치여 죽은 염소가 가로막는 둥 엉망이다. 그럼에도 주변 풍경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차창을 열어 감상을 하며 달리다보니 양떼가 쉬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저 양들도 겨울이면 집시를 따라 하산을 하지요.”
라주의 말마따나 얼마 후면 집시들이건 양들이건 보다 따스한 곳으로 이주할 것이다. 텅 비어질 산야를 바라보다가 인적이라곤 없는 고원을 두어 시간 내리달리자 자그마한 마을이 우릴 반겼다. 소나마르그라고 불리는 해발 2800 미터의 고산 마을이다.
“옛날에는 실크로드의 중간 관문이었지요. 지금은 파키스탄과의 영토 분쟁으로 얼룩져 곳곳에 군사시설이 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마을은 을씨년스러웠지만 그 너머 치솟은 험준 산맥은 티브이에서나 본 티벳 풍이 역력했다. 하긴 저 산맥은 히말라야와 연결되고 그 너머는 티벳이다. 히말라야 남쪽의 라다크는 티벳과 경치가 비슷하며 <오래된 미래>라는 유명한 책에서도 인류의 고향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푸르른 색상의 산야와 눈이 시리도록 새파란 하늘, 그 너머 하얀 위용을 자랑하는 설산. 그런데 이 마을부터 도로의 상황이 확연히 바뀐다고 라주가 말했다. 여기서부터 동쪽 방향으로 향한 도로폭이 좁아진다고. 게다가 인도의 군용 트럭들의 통과가 우선시 되었기에 우리는 몇 시간이고 기다려야 했다.
이윽고 통행이 가능해지자 대기하고 있던 차량들이 서로 앞서 가려고 경적을 울려대며 달려나갔다. 우리 지프는 다섯번째로 달리다가 가속을 붙여 추월을 시작했다. 라주는 속도광이었다. 하지만 운전 솜씨는 기가 막혔다. 비포장 산길에 바로 곁은 천길 낭떠러지. 상태조차 좋지 않은 그 길에서 앞차들 역시 질주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라주가 속도를 더 올려 좁은 외길의 우측을 파고들어 앞차들을 추월해 내는 동안 손에 진땀이 흘렀다. 여차하면 죽음이다.  위험천만한 스릴들을 통과해 결국 선두에 섰는데 전망은 실로 기가 막혔다. 쪽물이 뚝뚝 떨어질 듯 새파란 하늘 아래 장대한 파노라마의 산악이 연두색, 초록색, 주황색 등등으로 변이되며 끝없이 펼쳐지고 바로 곁 깎아지른 절벽 밑으로는 초록의 물살이 흐르고 있었다.

환상적인 경관 속을 달리고 달려 우리는 드라스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한겨울에 사람이 사는 마을 중 시베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추운 곳이지요. 해발 3230 미터의 고산지역으로 영하 45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도 있어요. 겨울도 긴데 추워서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못하고 집집마다 지하실을 파 그곳에 내려가 살지요.”
나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라주를 따라 한 집에 들어가 지하실에 내려가 보았다. 어둑했으며 구석에 고구마 같은 게 쌓여 있었다. 겨울을 나기 위한 식량일 것이다. 저 곳에서 혹독한 겨울을 나는데 눈이 올 때는 마을 자체가 눈에 덮히는 때도 있다고 했다. 언뜻 보면 동화처럼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겨울이면 눈에 쌓여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가 날씨가 풀리면 되살아나는 마을. 그러나 그 혹독한 환경 속에서 지하실에 들어가 겨우 견디며 삶의 불꽃을 지피는 이들은 나의 그 어떤 상상도 벗어난 곳에서 자신들만의 무늬를 빚어낼 것이었다. 

착잡한 마음으로 드라스에서 점심을 먹고 지프에 실려 또 달려나갔다. 역시 인적이라곤 전혀 없는 고산 외길을 몇 시간 달린 후에야 작은 마을을 만날 수 있었다.
“카르길 마을입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국경 마을로 두 나라 사이에 대대적인 전쟁이 일어났던 곳이지요. 저기 두 개의 산봉우리가 보이죠. 오른쪽이 인도의 것이고 왼쪽이 파키스탄의 것입니다.”
마을에 들어서자 참상의 후유증이 돋보이고 있었다. 길 가의 바위에 총알 자국들이 난무했고 사람들의 얼굴빛이 무거웠다. 곳곳에서 파괴된 건물들을 수리하고 있었다. 군인들과 군용 트럭이 눈에 많이 띄었고 생계를 위한 날품팔이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마을을 한바퀴 돌때도 두려움이 엄습했다. 숙소에 다다르자 거기에만 들어와 있던 불도 정전이 되어 버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침대에 누우니 잠이 안온다. 마을 전체가 깜깜한 암흑 속이다. 전쟁이 났을 때 이 마을 사람들의 공포를 상상하니 아찔해졌다.
다음 날 새벽 어둠 속에 세수를 하고 밖에 나오니 라주가 지프의 시동을 걸고 있었다. 하늘이 어듬푸레하게 밝아오기 시작했고 공기는 선선했다. 간단한 요기를 하고 카르길을 벗어나자 그곳의 바위에도 총알 자국이 보였다. 이제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연두, 초록, 주황 등등의 색에서 황갈색이나 암갈색, 회색 등으로.
색상이 변이되어 가는 경이로움에 취해 창 밖을 마냥 바라보는 사이에 지프는 그 광활한 풍광 속의 한 실금일뿐인 길 위를 달리고 달려 물벡이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입구에 거대한 마애불이 세워진 곰파(사원)가 있었다. 티벳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제부터 새로운 문화, 색다른 종교의 땅이 펼쳐진다고 한다. 소나마르그, 드라스, 카르길에서 잠깐잠깐 머물며 지나오는 동안 이슬람 문화가 역력했다. 인도의 북쪽은 힌두교는 약하고 이슬람 문화가 풍성하다. 이제 그 문화도 물벡에서 끝나고 라마교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 지지율 2.3%p↓, 38.1%…"與 총선참패 '용산 책임론'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해 30%대 후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8일 발표됐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8.1%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59.3%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5%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21.2%포인트(p)다. 긍정평가는 지난 조사 대비 2.3%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1.6%p 상승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36.0% '잘 못함' 61.0%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0.0% '잘 못함' 65.5%였다. 40대는 '잘함' 23.9% '잘 못함' 74.2%, 50대는 '잘함' 38.1% '잘 못함' 59.8%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51.6% '잘 못함' 45.9%였고, 70대 이상에서는 60대와 같이 '잘함'이 50.4%로 '잘 못함'(48.2%)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38.5%, '잘 못함'은 60.1%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1.4% '잘 못함' 65.2%, 대전·충청·세종 '잘함' 32.7% '잘 못함' 63.4%, 부산·울산·경남 '잘함' 47.1% '잘 못함' 50.6%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58.5% '잘 못함' 38.0%, 전남·광주·전북 '잘함' 31.8% '잘 못함' 68.2%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7.1% '잘 못함' 60.5%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34.7% '잘 못함' 63.4%, 여성은 '잘함' 41.6% '잘 못함' 55.3%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배경에 대해 "108석에 그친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가 '윤 대통령의 일방적·독선적인 국정 운영 스타일로 일관한 탓이 크다'라는 '용산 책임론'이 대두되며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선거 결과에 대해 실망한 여론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최근 국무회의 발언 등을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 상황도 나아지고 있지 않아 추후 지지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3.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4-18 06:00
사진
이재명 "尹 영수회담 제안 환영...총선 민심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 [서울=뉴스핌] 홍석희 윤채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에 대해 "국민과 함께 환영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대통령을 만나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도록 하겠다"여 이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3.06 leehs@newspim.com 이어 "국민들께선 '살기 어렵다. 민생을 살리라'고 준엄하게 명령했다"며 "우리 정치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과 정부 그리고 국회가 함께 변해야 한다"며 "국민을 위한 변화를 두려워해서도 또 주저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번 회담이 국민을 위한 정치 복원의 분기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중동 사태 등으로 고유가 현상이 심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6월말까지 연장했지만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00원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개월만에 유가가 또 상승해 고물가 행진에 기름을 붓는 거 같아 참 걱정"이라며 "먹거리 고물가 지속으로 2월 물가 상승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을 넘었다. 35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최근 고유가·강달러는 예상 못한 변수로 인식되고 있는데도 기재부 장관은 근원물가가 안정적이라 하반기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 태연하게 말한다"며 "지난해 상저하고를 부르던 상황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고유가 시대에 국민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적극적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민주당은 지난해 이런 유동적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hong90@newspim.com 2024-04-22 10:0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