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후폭풍이 우려한 만큼은 아니었다. 정통 바이오(Bio)기업이 아닌 건강기능식품 기업이란 점, 상장 후 1년이 훌쩍 넘은 점, 최근 바이오 열풍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트렌드라는 점에서 이번 내츄럴엔도텍 파장이 최근 주식시장의 '바이오 붐'을 꺾지는 못했다. 누구는 악재를 그대로 삼켜 소화시킬 정도로 바이오 열기가 뜨겁다는 표현도 쓴다.
일부 건강기능식품업계나 관련 기업에 여진이 일긴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 오히려 이번 사태를 통해 바이오주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풀이하는 이들도 있었다.
◆ 초기엔 후폭풍 우려.. 시간 지나면서 "큰 영향 없다"
내츄럴엔도텍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지금, 한 때 2조원에 육박했던 내츄럴엔도텍 시가총액은 2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9만원을 넘나들던 주가 수준은 1만원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증권가 충격도 컸다. 이번 사태처럼 단기 폭락했던 사례를 최근 수년래 주식시장에서 좀처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태 초기에는 최근 고공행진을 하던 바이오 열기, 코스닥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단기 충격은 있었지만 파장이 일파만파 관련업계나 기업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바이오 관련주의 최근 한 달 주가 흐름이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바이오 관련기업들 최근 분위기를 살펴봐도 '여진(餘震)'을 경험하는 수준이지 후폭풍을 크게 겪는 곳은 눈에 띄지 않는다.
국내 대형증권사 한 IPO담당 임원은 "사태 초기에는 관련업계 상장이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을 많이 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해당기업(내츄럴엔도텍) 외에는 실질적인 영향이 적었다"고 말했다. 바이오기업 상장 경험이 많은 이 증권사는 최근 바이오기업 상장 수요예측에서 시장 반응이 기대를 크게 웃돌았다며 우려를 불식했다.
상장심사 등을 담당하는 한국거래소 측도 비슷한 반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주 한 바이오기업 상장심사가 승인됐는데 내츄럴엔도텍 사태가 크게 영향을 주진 않았다"며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는 기업들 내에서도 위축되는 분위기는 거의 없는 것 같다"고 전해왔다.
장외시장이나 코넥스시장에서도 타격을 크게 받은 곳은 눈에 띄지 않는다.
현재 장외 거래되는 루게릭병 치료제 개발업체 코아스템, 펩타이드 전문기업 펩트론, 효소개발 전문기업 제노포커스 등 바이오 관련기업들의 투자 열기는 여전히 강한 모습이다. 6개월새 100% 안팎의 상승률을 보여준 제노포커스와 코아스템은 백수오 파장 이후에도 상승을 지속해 각각 2만원선을 돌파했고, 펩트론 역시 내츄럴엔도텍 파장 이후 거래가 줄어들긴 했지만 가격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넥스시장에 상장된 건강기능식품업체 현성바이탈 역시 백수오 파장이후 오히려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당시 8000원대 주가는 현재 1만3000원대 후반까지 올라왔다.
다만 프로바이오틱스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쎌바이오텍은 2주 가량 충격이 이어졌다. 사태 직전 6만8000원까지 치솟던 주가는 10거래일 만에 20% 가량 폭락한 5만2000원선까지 주저앉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는 상황. 현재는 6만원선에 재접근하며 방향을 상승 쪽으로 확실히 튼 모습이다.
이에 대해 배영규 한국투자증권 상무는 "내츄럴엔도텍이 정통 바이오가 아니고 건강기능식품회사다보니 일부 건기식에 영향을 줬을뿐 바이오주에 직접적인 영향은 적었던 것 같다"며 "오히려 제약 바이오주는 최근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 스토리 영향이 컸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펀드매니저는 "2000년 전후 코스닥 버블 당시와 현재 시장은 다르다. 특히 바이오의 경우 숫자로 성장성을 증명한 곳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옥석가리기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달라졌다"며 "지금 분위기에서 이 정도의 개별기업 악재는 삼켜 소화시킬 정도의 인프라가 조성돼 있다고 본다"고 풀이했다.
한편, 내츄럴엔도텍 사태로 수혜를 본 기업들도 적잖다. 경남제약, 명문제약, 동국제약, 조아제약 등 백수오와 유사한 보조제를 만드는 기업들이 대체제로 꼽히며 큰 폭의 주가 상승세를 보여줬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